포항과 영덕지역 향토사학계가 고서(古書)에 등장하는 지명인 골곡포(骨谷浦)의 위치와 유래를 놓고 맞붙었다.
그동안 두 지역 향토사학계는 서로 역사적 해석이 달라도 논쟁을 가급적 자제해 왔지만 이번에 공식적으로 문제가 제기됨에 따라 실체를 둘러싸고 격론이 예상된다.
문제는 영덕에서 먼저 제기했다.
영덕지역 향토사학자인 이완섭(45)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은 14일 "포항지역 향토사학계의 골곡포 해석에 애매한 내용이 있다"며 공식 논평하고 나섰다.
골곡포에 대해 포항측은 시사 등 각종 자료에서 '골곡포는 송라면 화진리 화진해수욕장, 즉 2군 사령부의 화진 해안훈련장이 있는 포구이며, 그 유래로는 임진왜란 당시 여기서 왜병의 보급부대와 아군 수비병과의 전투로 수백명이 전사했는데 그 시체가 썩은 결과 해골이 굴러다녔다고 한 데서 붙은 이름'이라고 적고 있다.
포항지역 사학계는 이 주장의 근거로 화진에 살던 노인들의 구전과 김정호의 '대동여지도'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완섭 위원은 포항지역 골곡포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있다.
먼저 곡포란 지명은 1592년 일어난 임진왜란 훨씬 전부터 각종 문헌에 남아있다는 것. 다시 말해 1469년 발간된 '경상도 속찬지리지'에 영덕현의 염분(鹽盆)조에 골곡포란 지명이 보이며, 1530년 발간된 신증동국여지승람에도 영덕현의 산천(山川)조에 골곡포가 나온다면서, 그 증거로 문헌 자료 등 복사본을 제시했다.
이 위원은 또 "대동여지도에 골곡포란 지명은 있지만 그곳이 화진해수욕장 일대라는 기록은 없다"며 "살펴보건대 포항 송라면 지경리와 영덕군 남정면 부경리 사이의 지경천 쯤으로 추측된다"고 했다.
따라서 골곡포란 지명의 유래도 한자 식으로 해석해서 해골 혹은 뼈와 관계있는 것으로 보기보다는 순수 우리말인 '깊은 구멍', '고랑'을 나타내는 '골'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했다.
이 위원은 골곡포는 '영덕 남정면 회리에서 부경리에 걸쳐 흐르는 지경천이 양쪽 계곡을 깊이 파면서 흐른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해석하고, 고증을 위한 역사학계의 토론을 제안했다.
이 위원이 이 논쟁을 주장하고 나선 것은 포항노거수회가 임란 당시 골곡포에서 숨진 원혼들을 달래는 위령제를 지난 2000년부터 매년 6월6일 현충일을 맞아 올리는 것과 무관치 않다.
올해도 포항지역 지도급 인사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위령제를 치렀으며, 포항노거수회는 앞으로도 계속 제를 올릴 예정이다.
이 위원은 "문헌상의 기록으로는 골곡포는 영덕지역 지명인데 포항쪽에서 이를 발굴, 위령제를 올리고 있어 안타깝다"며 "세월이 흐르면 결국 골곡포와 관련된 영덕은 잊혀지고 포항만이 기록에 남을 것을 우려해 역사를 바로 잡기 위한 차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김기현 "'문재인의 남자' 탁현민, 국회직 임명 철회해야"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