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그다드 천사의 시
"의사 선생님이 내 손을 되돌려 줄 수 있을까요? 난 어른이 되면 육군 장교가 되고 싶었어요. 하지만 이젠 아니에요. 이젠 의사가 되고 싶어요. 하지만 어떻게 의사가 되죠? 난 손이 없는데. 무슨 일을 할 수 있죠?"
1991년 2월9일, 미국이 이라크에서 군사작전에 돌입한 지 23일째 소년 알리 압바스는 태어났다.
소년이 태어난 뒤 19일만에 휴전이 선포됐다.
그로부터 12년의 세월이 흐른 지난해 3월31일 이른 아침, 바그다드 남동쪽 허름한 농가마을 한복판에 미사일 한 대가 날아들었다.
폭발에 뒤이은 불난리 속에서, 소년은 임신 5개월인 엄마, 아빠, 동생, 세명의 사촌, 숙모를 포함해 열 여섯명의 가족을 잃었다.
소년은 온 몸에 화상을 입은 채 두 팔을 잃었다.
밥 딜런은 노래했다.
'얘야, 전쟁터에 있었을 때 나는 생각했단다.
하느님, 도대체 제가 여기서 무엇을 하는 건가요? 그런데, 내가 가장 무서워 했던 건 적이 가까이 다가올 때였단다.
그리고, 나는 적의 얼굴이 바로 내 얼굴과 똑같다는 것을 깨달았단다'
21세기를 맞아 전 세계는 '문화의 세기, 평화의 세기'라고 합창했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의 첫 발부터 전쟁은 시작됐다.
미국은 '대량 살상무기'를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더 강력한 대량 살상무기를 동원했다.
'이라크 민중이 미국에 구원을 요청했는가' '부시가 후세인으로부터 이라크 민중을 구했는가' '누구를 위한 전쟁이고, 무엇을 위한 전쟁인가'란 물음 뒤에 남은 것은 뒹구는 시체뿐이었다.
21세기 전 세계 독재국가를 응징할 권한도, 전쟁을 시작하거나 끝낼 권한도 오직 미국만이 갖고 있다.
'유일한 세계평화의 수호자'(?)이기 때문이다.
부시는 지금도 '미국의 행위가 곧 정의이자 진리'라고 외치고 있다.
'바그다드 천사의 시'는 영국 '데일리 익스프레스' 기자가 전쟁으로 두 팔을 잃은 이라크 소년, 알리 압바스와 함께 생활하며 기록한 휴먼 스토리다.
전쟁의 참상을 담은 다큐멘터리가 녹아 있다.
소년은 폭격을 맞은지 1주일 뒤 바그다드의 한 종합병원에서 마취에서 깨어났다.
소년을 발견한 사람은 영국 로이터통신 기자와 카메라맨이었다.
소년의 침대 위에는 반원통 모양의 녹슨 금속 새장이 놓여 있었다.
감염된 상처 부위를 보호하기 위한 유일한 장비였다.
소년의 그을린 몸통은 흰 붕대 두 뭉치로 성글게 말려 있었다.
의사는 '얘는 희망이 없어. 곧 죽을거야'라고 했다.
알리 압바스의 담당 간호사는 미국 대통령과 영국 총리에게 편지를 썼다.
'10여년 동안 줄곧 간호사로 일하고 있지만 화상 전문가는 아닙니다.
화상에 대해 아는 의사도 여기에 없습니다.
정확히 어떻게 간호해야 하는지, 어떤 약을 먹여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제가 아이를 돌봐야 합니다'
로이터통신 기자는 '모든 희망을 잃어버린 소년'의 소식을 타전했고, 간호사의 편지도 언론을 타고 세계에 알려졌다.
영국 런던 수족장애인협회는 '알리 기금'을 설립했고, 홍콩 일본 호주 캐나다 프랑스 등지에서 모두 9만5천 파운드의 기금을 조성했다.
소년은 쿠웨이트에서 첫번째 봉합수술과 피부이식 수술을 받았다.
곧이어 영국으로 이송돼 인공기능이 장착된 의수를 착용했고, 현재 학교를 다니면서 지속적인 재활치료를 받고 있다.
전 세계에서 전해진 사랑은 그렇게 소년을 살렸다.
하지만, 숫자조차 알 수 없는 수많은 다른 아이들은 이라크 전역에 버려졌고, 오늘도 부상당한 채 죽어가고 있다.
부상당한 한 소년은 '내가 바라는 유일한 것은 죽기 전에 행복으로 충만한 하루를 보내는 것이다.
내 머리 속에서 모든 기억을 지워버리고 싶다.
나는 더이상 상처받고 싶지 않고,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전 세계가 알리 압바스에 따뜻한 사랑을 보냈다.
그렇다면 다른 아이들은?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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