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씨 징역 12년·추징 148억 선고

입력 2004-06-11 16:50:11

현대 비자금 150억원 수수 및 불법 대북송금 과정

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박지원 전 문화부 장관에게 항소심에서도 징역 12년의 중

형이 선고됐다.

서울고법 형사1부(재판장 이주흥 부장판사)는 11일 대북송금 과정의 직권남용

및 외국환거래법 위반,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된 박

전 장관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박씨의 공소 사실을 모두 유죄로 인정, 징역 1

2년에 추징금 148억5천만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또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금호 3천만원 수수 부분에 대해서도 "금호

박 회장에게 비자금을 전달했다는 금호 관계자의 진술이 박 전 장관의 자백에 대한

보강 증거로 인정된다"고 판단,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고인은 정권 실세로서 적자에 시달리면서 유람선 카지

노 사업에 매달리는 현대에 150억원을 요구, CD를 전달받고 이를 세탁하는 등 가장

큰 폐해인 정경 유착를 통해 국민경제와 현대 부실화를 초래했다"고 선고 이유를 밝

혔다.

재판부는 그러나 "나름대로 소명의식을 갖고 정상회담을 추진해 비록 실정법 위

반은 인정되지만 우리 사회의 변화를 통한 남북교류 확대 공로는 인정된다"며 "한쪽

눈이 실명한 데다 다른 눈마저 녹내장을 앓고 있어 1심 병합 사건의 양형을 파기하

고 12년을 선고한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김영완, 이익치, 정몽헌 진술서 중 주요 부분은 모두 일치하고 있고

돈을 전달했다는 주장의 내용이 일관된다"며 증거 능력을 인정한 뒤 "해상 카지노는

여러 부처와 협력이 필요하지만 주무 부서는 문화관광부로서 그 무렵에 금품 수수가

이뤄진 점은 직무 대가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외환관리법 위반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헌법에 한반도 영토조항이 있지만 남북

특수관계를 고려할 때 개발, 투자, 송금에 외국환관리법이 적용될 수 있다"며 변호

인측의 무죄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날 짙은 감색 양복을 입고 법정에 선 박 전장관은 공판 중간 중간 혐의가 모

두 인정될 때마다 고개를 떨구기도 했으며, 최종 선고 뒤에는 한동안 피고인석에서

일어서지 못한 채 망연자실한 표정을 보였다.

박 전 장관은 1심에서 현대 비자금 150억 수수가 유죄로 인정돼 징역 12년에 추

징금 147억5천만원을 선고 받았고, SK에서 7천만원을 받은 혐의로 추가로 2년 6개월

의 형을 선고 받았다.

변호인측은 항소심 판결에 불복, "진실을 밝히기 위해 상고할 예정"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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