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국회의원과 야구장

입력 2004-06-11 11:38:07

다시 6월이다.

이제까지 6월은 전쟁의 상처와 순국선열에 대한 추모 분위기로, 엄숙함의 이미지로 늘 우리곁에 있었다.

하지만 2002년 한.일 월드컵때 기적같은 4강신화를 일궈내면서 붉은악마의 함성과 온 국민 하나됨의 희열이 6월의 색깔을 한창 밝게 했다.

꼭 2년의 시간이 흘렀다.

그때 그 감동은 이제 많이 퇴색되기도 했지만 한국스포츠사에서 이만한 신기원을 찾기 힘들 정도로 그 여운은 길게 남을 것이다.

지난 2년을 되돌아보면서 이제 우리가 무엇을 해야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볼 때가 되었다.

월드컵 승전의 열기가 과연 우리 생활에 활력이 되고 있는지, 스포츠를 즐기려는 국민들의 욕구가 충족되고 있는지, 국민소득 2만불시대를 지향하는 시점에서 스포츠를 통한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청사진은 준비되고 있는지 등.

열악한 대구 스포츠환경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대구시만 봐도 그렇다.

월드컵 개최덕에 경기장 하나만 덩그러니 세워졌을 뿐 시민들이 생활속에서 스포츠를 즐길 공간은 여전히 부족하다.

인구 250만의 대도시에 경기장 하나로 어느 코에 붙일 수 있는가. 물론 월드컵경기장이 생기면서 프로축구나 인라인스케이트 붐이 일고 있는 것은 고무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다른 분야는 여전히 70, 80년대 초라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특히 야구를 좋아하는 팬들의 입장에서는 대구시민야구장은 늘 불만의 대상이다.

지난 1948년에 처음 세워지고 81년 개보수한 이후 낡고 비좁은 시설때문에 쾌적한 관람은 언감생심. 요즘처럼 무더운 날씨에는 가족끼리 휴일 낮 경기를 보려해도 뒤떨어진 시설때문에 가고싶은 마음도 사라진다.

즐기러 갔다가 괜한 고생만 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오는 7월부터 대기업의 주5일제 근무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고 하는데 불경기탓에 모처럼 가족과 나들이를 하려해도 만만찮은 경비때문에 이마저도 쉽지 않다.

큰 돈 들이지 않고도 주말.휴일을 즐길 수 있는게 바로 스포츠 관람이다.

TV에 중계되는 외국의 경기장을 보면서 시민들의 기대치는 한껏 높은데 반해 우리 현실은 너무 초라하다.

삼성의 경산볼파크가 국내 8개 프로야구단 중 가장 좋은 시설을 자랑하면서도 막상 경기장은 전국에서 제일 뒤떨어진다.

이 모든 책임을 한 기업에게 떠넘길 수 있는가.

2002년 삼성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할 당시 야구장 건립 논의가 있었지만 제대로 추진되지 못하고 묻혀버렸다.

대구시의 빠듯한 살림에 건설비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지만 결국에는 이를 성사시킬 기획력과 추진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외국 어느 사례를 봐도 기업이 경기장을 직접 짓고 운영하는 경우는 드물다.

행정기관이 앞장서고, 기업이 뒤를 미는 형세로 손발이 맞아야 한다.

제대로 시설해놓고 보러오라고 해야 순리다.

그렇지 않으면 늘 1, 2천명의 관중이 고작이다.

새 야구장 건립 서둘러야

지역 현안사업에 가장 큰 역할을 할 사람은 다름아닌 정치인들이다.

대구에 지역구를 둔 국회의원들도 이제 큰 힘을 보태야 한다.

주민들이 윤택한 삶을 살 수 있도록 정치인들이 경제와 주민생활에 신경쓰는 것은 당연하다.

정치인들의 존재 근거가 바로 주민이고, 따라서 어려운 살림살이에도 세금을 내고 자신들의 이익을 대변해주기를 바라면서 대표를 뽑는 것 아닌가. 가만히 앉아서 폼만 잡고 얼굴만 내밀게 아니라 지역주민을 위해 좋은 방안과 선진사례를 연구하고, 적극적으로 중앙정부 요로와 접촉하고 협조를 구해 가능한한 많은 예산을 확보해야 한다.

이것은 의원들의 선택이 아니라 의무다.

인천이나 광주의 사례는 좋은 본보기다.

시민들은 '일하는' 국회의원을 기다린다.

되든 안되든 좌충우돌하며 지역민을 위해 열심히 뛸 경우 4년 후 걸맞는 보상이 돌아갈 것이 아닌가. '꼴통'이라는 온갖 욕을 먹고도 믿고 뽑아준 시민들에게 이제 보답해야할 때다.

'대구시민은 과연 쾌적한 분위기에서 야구경기를 즐길 자격이 없는가?'

서종철(특집스포츠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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