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과 함께 컵 가득히 차 오르는 맥주
거품도 맥주인 것처럼
컵 바깥쪽에 땀처럼 맺히는 이 물방울들도
맥주의 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네
거품 위에 얹히는 이 입술이
맥주의 한 순간이라 할 수 있다면
입술 끝에서 부글거리는 이 거품도
내 입술의 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네
류시원 '거품과 함께'
거품이란 허상과 순간, 그러므로 덧없음의 등가(等價)이다.
맥주가 거품과 함께일 때 맥주인 것처럼, 세상살이 또한 마찬가지다.
이승에서 잠시 머물다 가는 우리네 삶이 도대체 허상과 순간과 덧없음의 총체 외에 달리 무엇이겠는가. 살아있음의 눈물겨움이란 덧없음의 자장으로부터 흘러오는 것, 늦은 밤 그대 혼자 술잔 기울일 때 빈 잔 가득 쓸쓸한 옛사랑의 그림자, 그 또한 부글거리는 맥주의 한 순간이라 할 수 있겠다.
강현국(대구교육대 교수)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김정숙 소환 왜 안 했나" 묻자... 경찰의 답은
"악수도 안 하겠다"던 정청래, 국힘 전대에 '축하난' 눈길
李대통령 지지율 2주 만에 8%p 하락…'특별사면' 부정평가 54%
국회 법사위원장 6선 추미애 선출…"사법개혁 완수"
한문희 코레일 사장, 청도 열차사고 책임지고 사의 표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