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햇살이 유난히도 따가운 도시죠? 운전을 할 때면 창을 뚫고 들어오는 광선에 우리네 팔뚝을 고스란히 내어주어야 하고, 걸을 때에는 그 직사광선에 온 몸을 맡겨야 합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유행하는 마스크로 온 얼굴을 가리고, 늘 그늘을 외쳐대며 나무나 건물의 그림자 속으로 내달리는 사람들을 심심찮게 보게 됩니다. 어느 덧 햇살은 우리의 자유를 좀 먹는 쇠창살이 되어 가고 있다는 스침. 어느 커피회사의 옛 광고 캠페인 하나가 생각납니다. 우뚝우뚝 솟아오른 고층 빌딩들 위에서 행글라이더를 타고 뛰어내리는 장면. 카피가 이랬죠. "뭐가 보이나? - 자유가 보인다!!"자유! 이 말을 되뇌어보면 그 말이 뿜어내는 무한한 공간감과 그 공간을 가득 채우는 힘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것은 아마도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과 탈출의 본능을 이미지화 했던 특정한 이미지의 영향 때문인지도 모겠지만요. 현충일이기도 했던 6월의 첫 번째 일요일은 개인적으로 오랜만에 갖는 여유로운 날이었습니다. 창밖으로 나풀거리는 나뭇잎들, 그 유혹의 손길을 뿌리치기 힘들었죠. 아침부터 먼지 쌓인 운동화를 꺼내어 툭툭 털어 신어봅니다. 평소에 즐겨 신던 구두보다 부드럽게 발을 감싸 주는 느낌이 싫지 않습니다. 더운 날씨에 맞게 소매 없는 티셔츠에 바람이 잘 통하는 흐늘흐늘한 바지를 입고, 거추장스러운 지갑은 던져버리고 주머니에 돈을 몇 푼 집어넣습니다. 햇빛에 약한 눈을 위해 선글라스도 살짝 걸쳐주었습니다. 그리고 무엇이든 닥치는 대로 흡수하고 즐기겠다는 열린 마음. 뜨거운 대구의 한나절을 즐길 준비가 된 거죠. 그대도 함께 나설 준비가 되셨나요?
일단 걷습니다, 목적지는 정하지도 않은 채. 가로수들 사이로 걷고, 횡단보도를 건너고, 또 걷다가 우연히 발견한 고미술 상점을 들어가 보기도 하고, 건물 사이에 숨겨진 조각 작품을 바라보기도 하고, 옆을 지나는 다정한 연인들에게 호기심 어린 시선을 던져보기도 합니다. 그러다 사람 구경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대구의 번화가, 동성로로 향합니다. 양산을 쓰거나, 모자를 쓰거나, 손으로 햇살을 가리거나, 혹은 무심히 걷는 사람들을 구경하는거죠. 장사를 하는 아저씨를 보고, 물건을 구경하는 손님들을 카메라에 담아봅니다. 모두들 갈 길이 바쁜지 발걸음을 재촉하는 사람들이네요. 그 속에서 여유로운 나는 섬이 되는 겁니다. 두리번 두리번. 마치 사람들의 눈에는 제가 보이지 않는 것 같은 느낌. 또 걸어갑니다. 이번에는 공원으로 발걸음을 옮겨봅니다.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리기만 해도 어찌나 마음이 짠~ 한지 한동안 멍하니 바라보기만 합니다. 도심 한 복판에 있는 공원이 너무나 고맙습니다. 걷다 지칠만하니 앉아 쉴 자리를 마련해 주더군요. 잠시 긴장을 놓아버릴 수 있는 여유도 주는 그 공원이 참 고마웠습니다. 그늘에 앉기보다 뜨거운 햇살을 등지고 앉습니다. 행복한 기분이 밀려옵니다. 자유로운 삶을 느끼기 때문이었습니다. 땡볕 아래서 땀을 흘리며 뛰고 달리는 농구하는 친구들, 장기를 보여주는 고등학생 친구들의 어설프지만 그러하기에 더욱 풋풋한 기타소리와 노랫소리, 또 그것을 박수치며 열심히 들어주고 응원해주는 친구들의 모습 혹은 흘려들으며 자신들의 세계에 잠겨있는 사람들, 또 그 모든 것을 지켜보는 나. 제각기 순간을 즐기는 모습은 갖가지였지만, 그러하기에 너무나 아름답고 감동적인 시간, 결코 담을 수 없는 마음 속 사진 한 장.제겐 한 여름 낮, 꿈같은 날이었죠. 그것을 여기, 당신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p.s. : 다음에는 같은 날 보았던 깨비예술시장 현장을 스케치해 드릴께요. 며칠만 기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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