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회사 '알바', 요금통 1억원 '삥땅'

입력 2004-06-08 14:02:37

우 모(19.영주시)군은 지난해 8월 영주시 상망동 ㅇ여객(주)에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했다. 우 군은 하루 4시간씩 영주.봉화지역 시내버스의 요금통 60여개를 열어 동전과 지폐를 수거하면서 월급 50만원을 받았다. 견물생심(見物生心), 요금통에 손이 들어갔다. 하루 1, 2천원씩 슬쩍하다 하루 300여만원, 한 달에 1천여만원씩으로 훔치는 액수가 늘어났다. 이렇게 10개월여 동안 '삥땅'한 액수가 1억원을 넘었다. '바늘 도둑'이 '소 도둑'이 된 것이다.

그러나 ㅇ여객은 돈을 물 쓰듯 쓰고 다니는 행동을 의심한 경찰이 우 군을 검거할 때까지 새카맣게 모르고 있었다. 거액의 회사돈이 새고 있는 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원인은 어디에 있었을까. ㅇ여객은 현재 영주.봉화 일원에서 시내버스 74대, 시외버스 8대 등 모두 81대의 버스를 운행 중이다. 이 회사는 벽지노선 운영비, 비수익 노선 운영비 지원, 유류대 보조금 등 각종 명목으로 연간 국비 3억1천만원과 도비 2천만원, 지방비 4억원 등 모두 7억여원을 지원받아 운영하고 있다. ㅇ여객 관계자는 "장사가 안되는 줄 알았지 거액이 도난당한다는 사실은 몰랐다"면서 난감해 했다. 경찰은 이와 관련, "적자가 나도 정부와 지자체가 보전해준 결과 버스회사가 방만한 경영을 한 것 아니냐"며 "버스 준공영제 도입 등을 통해 주민 혈세를 버스회사에 지원할 경우 충분히 예견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영주경찰서는 8일 상습절도 혐의로 우 군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우 군은 지난해 8월부터 지난달 3일까지 매회 수만원에서 수십만원씩 모두 277차례에 걸쳐 1억880만원을 훔친 혐의다.

경찰 조사결과 우 군은 버스가 들어오는 저녁 무렵부터 요금통에서 돈을 수거하면서 지폐를 끄집어 내 바지 뒷주머니와 양말 사이에 숨기는 수법으로 거액을 삥땅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요금통을 여는 현장에는 감시 CCTV가 설치돼 있었으나 무용지물이었고 직원들은 물론 함께 일하는 동료 아르바이트생들의 눈조차 감쪽같이 속여 왔다는 것.

경찰은 가정 형편이 어려운 우 군이 중고 승용차와 노트북, 캠코더뿐만 아니라 휴대폰도 10여개씩 구입하고 친구와 후배들에게 원룸을 얻어 주면서 주기적으로 용돈까지 건네는 등 씀씀이가 큰 점을 수상히 여겨 수사 한 달여만에 우군의 범행을 밝혀냈다. 우군은 집 대문 방향으로 외부인 침입을 감시하는 CCTV를 처마 끝에 설치해두고 있었다. 영주.권동순기자 pino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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