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대 노숙자 넘친다
대구의 한 노숙자 쉼터에서 3개월째 머물고 있는 박모(33)씨. 의류도매업을 하던 박씨는 제품 확보를 위해 쓴 카드대출 2천만원을 해결못하고 결국 신용불량자가 돼 이곳으로까지 흘러들어왔다.
박씨는 "그나마 잠잘 곳을 해결해 다행이지만 공공근로도 줄어들어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하다"고 하소연했다.
숙식을 노숙자 쉼터와 무료급식소, 쪽방에 의존하는 단기 노숙자가 만성 부랑인화하고, 일자리를 잃은 20, 30대 젊은층과 신용불량자가 새로운 노숙자로 전락하는 등 계층간의 '다운 쉬프트(down-shift)' 현상이 최근들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대구시가 공식적으로 밝힌 노숙자는 쉼터 및 거리 노숙자를 포함한 300여명이며 쪽방 거주자는 600여명. 그러나 시에 등록안된 쪽방 거주자, 시립 희망원 생활자, 종교시설 등 민간 쉼터에서 지원받는 이들까지 합하면 실제로 노숙.쪽방을 경험했거나 비슷한 처지에 처한 '잠재적 노숙인, 쪽방 거주자'는 3천~3천500여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대구노숙인상담지원센터 현시웅 소장은 "최근에는 젊은 노숙인의 쉼터 출입이 두드러지고 있다"며 "카드빚으로 인한 채무압박이 노숙인으로 전락하는 주요한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20, 30여명이 자고 가는 이곳에서 전에 없던 20, 30대 노숙인들이 절반에 이를 정도로 급격히 늘고 있으며, 새로운 '얼굴'도 매월 10여명씩 눈에 띈다는 것.
현 소장은 또 "기존의 40, 50대 노숙자는 실직과 의욕 상실의 쳇바퀴를 돌다 장기 부랑인으로 전락하는 경우도 허다하다"면서 "다음달부터는 이들 40, 50대 노숙인 가운데 10명을 선정, '거리노숙인 자활사업'을 펼 계획"이라고 했다.
대구 가톨릭근로자회관 노숙자 쉼터에도 현재 생활하고 있는 33명 가운데 10명이 20, 30대 초.중반의 젊은 노숙인들. 지난해까지만 해도 30대는 3, 4명에 불과했다.
이곳 김윤조 과장은 "이들 대부분은 찜질방, pc방, 만화방, 고시원을 전전하다 쉼터로까지 왔다"라며 "너무 쉽게 노숙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중구 태평로 '구민교회 근로자의 집'에도 전체 35명 중 절반이 2, 3개월 사이에 새로 들어온 노숙자들이다.
이곳 주덕원 상담실장은 "예전에는 알코올, 이혼, 전과, 부랑 등이 주 원인이었는데 요즘은 카드 빚 채무자가 대부분"이라며 "일자리를 찾아 떠났다가도 3~6개월 후면 되돌아오는 사람이 많다"고 말했다.
700여명에 달하는 대구의 쪽방 거주자들 사이에서도 다시 거리로 떠나는 이들이 늘고 있다.
대구 쪽방 상담소 한재흥 소장은 "쌀, 라면, 옷, 방값을 요청하는 젊은 쪽방 거주자들이 상담실과 급식소에서 점점 더 많아지는 것 같다"며 "노숙인과 쪽방 거주자들에게 최소한의 일자리를 창출해주는 일이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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