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주민투표 청구요건 낮춰라"

입력 2004-06-08 11:22:04

지방자치단체가 주민투표제의 청구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히 규정해 주민 참정권을 사실상 봉쇄하려는 의도가 짙다며 시민단체가 청구요건 완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구미시는 7월 주민투표법 시행을 앞두고 최근 마련한 '구미시주민투표조례(안)'에서 주민들의 청구권 남발을 방지한다는 이유로 주민투표 청구요건을 20세 이상 투표권자 12분의1로 선택했다.

대부분 지자체들도 투표권자 10분의1 안팎으로 주민투표 청구요건을 강화했다.

행자부는 당초 지난 4월13일 주민투표 조례안의 표준을 만들면서 주민투표법이 제시하고 있는 '투표권자의 5분의1에서 20분의1' 중에서 지자체들이 자율 선택하도록 했으나 단체장들이 반발함에 따라 20세 이상 인구를 기준으로 지자체들을 16등급으로 분류, 주민투표시 이를 적용토록 했다.

이에 따라 서울.경기.부산.제주도 등을 제외한 대부분 지자체들이 주민투표법이 제시한 20분의1 기준을 따르지 않고 행자부가 새로 마련한 20세 이상 인구기준을 적용해 주민투표 청구요건을 강화했다.

구미시가 마련한 주민투표 청구요건에 따르면 지난 4.15총선을 기준으로 20세 이상 주민 24만2천896명의 12분의1인 2만241명(전체 투표권자의 8.3%)의 주민이 발의해야 주민투표를 실시할 수 있다.

이에 구미 경실련은 "제주도는 20분의1 기준으로 주민투표 조례안을 마련했다"며 "제주도가 구미시 보다 투표권자 수가 15만여명이나 많지만 주민투표 청구인 수는 오히려 적다"고 지적했다.

지자체들이 내세우고 있는 주민투표 청구권 남발 우려도 주민투표법에 '투표권자의 3분의1 미만 투표시 무효'라는 장치가 마련돼 있는데다 전체 투표권자의 1천분의1(청구 주민 수 751명)로 조례안을 마련한 울산시의 경우 지난 4월 조례 제정 이후 주민투표 청구사례가 단 한 건밖에 없어 설득력을 잃고있다.

구미 경실련 조근래 사무국장은 "스위스 2.2%, 캘리포니아 2.5% 등 외국 수준에는 못미치더라도 행자부의 당초 표준안이었던 20분의1로 주민투표 청구요건을 완화해야 한다"며 "구미시의회가 나서 주민 참정권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미.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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