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경과기연 발전방안 대토론회

입력 2004-06-08 11:22:04

과학기술부가 대구경북과학기술연구원(이하 대경과기연)의 규모를 당초 지역에서 계획했던 것보다 크게 축소하려는 의중을 드러내 지역사회의 반발을 사고 있는 가운데, 대경과기연 설립과 관련된 최초의 대규모 토론회가 8일 오후 2시30분부터 5시간 동안 엑스코대구 409호에서 열린다.

지방분권운동대구경북본부 주관으로 이날 개최된 '대경과기연 발전방안에 관한 대토론회'에서는 그동안 지역사회의 가장 큰 갈등요인이었던 '입지' 문제와 관련, "객관적인 전문용역기관에 맡기자"는데 의견 접근을 보였다.

지역사회의 분열과 갈등을 빌미로 대경과기연의 위상이 위축되는 사태는 막아야 한다고 지역사회의 의견일치가 이루어진 셈이다.

대구시.경북도 및 전문가 간에 상당한 이견을 드러낸 입지 조건이나 연구원의 운영 형태 및 연구 분야에 대해서는 차츰 조율될 것으로 보인다.

또 대경과기연을 장기적으로 '대경과학기술원'으로 발전시켜 대학원 인력 양성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관심을 끌었다.

◇입지선정 방식

박종근 국회의원(한나라당)은 이날 패널로 참석, "지역사회의 미래가 걸린 대경과기연의 입지는 지역이기주의나 근시안적 안목이 아닌 20~30년을 내다볼 수 있는 세계적 전문가들에게 맡기는 것이 순리"라고 전제하고, "연구원 유치를 희망하는 지역은 신청서를 제출하고, 이를 전문기관이 객관적으로 평가해 결과를 내면 모두가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소모적 입지논란을 끝내야 한다"고 말했다.

박찬석 국회의원(열린우리당)도 "시간과 기술의 변화에 따라 최적의 입지는 변화하기 마련인 만큼, 선정과정의 투명성과 과학적 방법이 중요하다"며 "입지선정위원회에서 대경과기연의 명확한 성격을 규정하고, 희망지역의 유치신청을 받아 최종 입지를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테크노파크 선정 당시 대구와 경북이 지나치게 경쟁하는 바람에 당초 연 500억원이었던 지원금이 연 50억원 수준으로 크게 줄어드는 한 원인을 제공했던 잘못을 되풀이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강성철 대구시 과학기술실장은 "전문기관의 기본계획 용역을 통해 최종 입지가 결정되어야 한다"고 말했고, 주낙영 경북도 경제통상실장도 "객관적인 외부 전문용역기관에 입지선정을 맡기자"고 동의했다.

반면 이공래 박사(과학기술정책연구원)는 대경과기연의 입지로 달성 현풍,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운영부장은 경북 경산과 대구 북구 동호동 일대를 대경과기연 본원 후보지로 제안했다.

◇연구기능 집적화냐 산업과의 연계성이냐

기존 산업기반이나 대학 등 R&D기관과의 연계성이 좋아야 한다는 주장과 연구기능 집적화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 해야 한다는 주장이 서로 대립했다.

강성철 대구시 실장은 "R&D 강국은 모두 연구.산업단지 집적화와 우수인력의 상호연계로 성과를 높이고 있다"면서 "대경과기연이 공공연구기관, 민간연구기관 등과 집적할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홍진기 산업연구원 지역산업팀장은 "네트워크 경제와 유연적 전문화 생산체제로 진전됨에 따라 특정분야의 전문화된 기능과 조직을 연계하지 않고서는 경쟁력 제고가 불가능하다"고 반박하고, "분산형 네트워크 체제 구축을 통해 하드웨어, 조직, 인력의 유연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팀장은 또 지역대학, 연구소 등과 공식적이고 실질적인 연계를 형성해 대경과기연의 R&D허브 역할을 명확히 하면서, 기업의 욕구(needs)를 지속적으로 파악해 수렴하는 현장중심의 운영이 성공의 요체라고 덧붙였다.

박종근 의원은 "구미, 포항 등 대구경북 일대의 특화산업과 연계해 대경과기연을 초일류 세계적 연구소로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주낙영 경북도 실장은 "지역 대학, 산업단지와 연계 강화에 유리한 구미-대구-경산-포항-울산을 연결하는 지역산업축(軸)에 입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운영형태와 연구분야

박종근 의원은 대경과기연을 통한 대구산업구조의 첨단화 방안으로 '섬유.기계.금속 등 전통산업의 첨단기술 개발'과 '10대 성장동력산업 중 1, 2개 분야의 전략적 특화'를 제시했고, 서정해 대구테크노파크 부단장은 보다 구체적으로 차세대 성장동력 분야의 연구를 맡을 '신성장동력랩(Lab)'과 전통산업 분야의 첨단화에 기여할 '제품혁신랩' '특화산업랩', 그리고 '산업화촉진센터' '연구지원센터'의 조직 구성을 내놓았다.

이재훈 경북테크노파크 운영부장은 독일 막스프랑크연구그룹과 프라운호퍼응용연구그룹, 호주 CSIRO 등의 사례분석을 바탕으로 "재원과 연구인력 확보가 손쉽게 될 수 있도록 세계적 추세에 따라, 이미 연구인력이 집중된 기존의 연구집적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해야 한다"고 했고, 주낙영 경북도 실장은 본원과 분원에 의한 네트워크형 응용산업화 연구기관으로서 대구경북의 R&D기능을 통합 조정하는 대경과기연의 모델을 제시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이공래 박사는 연구분야 중 하나로 우리나라에서 취약한 방재기술을 제시하고, 대경과기연을 장기적으로 '대경과학기술원'으로 발전시켜 대학원 인력 양성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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