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만 부끄러우면 여성치질 '말끔'

입력 2004-06-08 09:06:16

은행원 이모(28.여)씨는 매일 출근 후 화장실에서 30분 이상 보내다 다소 엉거주춤한 자세로 창구 업무를 시작한다.

이씨는 여고 2학년 때부터 '탄성계수를 넘은 용수철'처럼 튀어나온 항문 부위를 손으로 집어넣어야 하는 생활을 10년째하고 있는 것이다.

항문 부위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끄러움 때문에 병원을 가는 것도 몇 번이나 망설였다고 한다.

치질로 고생하는 대부분 여성들이 이씨처럼 진료를 받기를 주저하고 있다.

그러나 치질은 성인의 70% 이상, 출산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여성들이 갖고 있는 일반적인 질병이다.

부끄러움은 한 순간이다.

병을 키우기 전에 일찍 병원을 찾는 것이 현명하다.

◇여성 치질의 특징과 원인

여성에게는 외치핵이 많다.

미혼 여성의 경우 몸매 관리 때문에 적은 식사량과 무리한 다이어트로 인해 변비에 걸리기 쉽다.

이 때문에 화장실에 오래 앉아 있게 되며, 항문에 힘을 주는 시간이 많아져 치질이 생긴다.

또 직장 여성의 경우 한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장시간 서 있으면 항문에 혈행 장애가 생겨 치질이 악화되기도 한다.

그리고 임신을 하면 복압이 증가하고 울혈이 생겨 항문의 조직이 연해져, 쉽게 출혈되고 잘 붓는다.

임신 말기에는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증상이 아주 심해지며, 특히 세 번째 출산하는 임산부의 경우 대부분 치핵이 생긴다.

임신 중 통증이 비수술적 요법으로 좋아지지 않으면 임신 3개월 이후에는 수술이 가능하다.

그러나 전문의들은 수술에 따른 고통이 있으므로 가급적 임신 전이나 출산 후 수술을 권하고 있다.

◇치료 및 예방법

치핵의 80~90% 이상은 수술하지 않고도 치료가 가능하다.

증상이 심하지 않은 단계에서는 배변을 원활하게 하는 변완화제 또는 섬유질을 복용한다.

그리고 배변 후 반드시 38~40℃의 온수에 항문을 담그고 손으로 항문 주위를 쿡쿡 눌러주면 혈액 순환이 좋아져 출혈과 붓기도 개선된다.

좌욕은 하루 3회 이상 10분씩 하는 것이 좋다.

치료와 수술은 단계에 따라 다르다.

단순 출혈만 있을 경우 좌욕과 섬유소 복용으로 치료한다.

배변시 탈항하지만 곧 들어가는 경우엔 보조술식 치료를 한다.

배변시 탈항된 뒤 들어가지 않거나 들어가는 시간이 오래 걸리면 결찰절제술, 배변시 탈항된 뒤 손으로 넣어도 다시 나오면 점막하 치핵절제술을 활용한다.

예방을 위해선 먹는 것부터 가려야 한다.

단순하고 자연스런 음식이 좋다.

보통 과일, 채소 등 섬유질이 풍부한 음식물이 배변에 도움이 된다.

항문의 청결에도 유념해야 한다.

항문 청결은 좋은 컨디션을 유지하고, 반대로 스트레스가 많이 쌓이면 치핵이 심해진다.

올바른 배변 습관도 중요하다.

규칙적으로 대변을 보고 변기에 10분 이상 앉지 말아야 한다.

변이 나오지 않는데도 무리하게 힘을 주면 안 된다.

과음을 피하고 장시간 쪼그려 앉아 빨래를 하는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

◇흔한 질문 5가지

△수술 때 많이 아프다=항문은 예민한 부분이다.

사람마다 느끼는 통증의 정도도 다르다.

요즘은 PCA(통증 자가완화조절기)를 사용해 수술 후 통증을 덜어 줄 수 있다.

△수술해도 재발한다는데=치핵을 제거한 부위에서 다시 생기는 경우는 거의 없다.

다만 여드름을 짜고 나도 다른 곳에 여드름이 생기듯 터널의 다른 방향에서 생길 가능성이 있다.

△수술 후 항문이 좁아 대변보기가 힘들다는데=의사가 조직을 과도하게 절제할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식이섬유를 복용하면서 변을 굵게 보는 습관을 들이면 괜찮다.

△치핵을 오래 두면 암이 되나요=치핵은 암이 되지 않는다.

다만 출혈이 있을 때 직장암을 치질로 알고 방치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

△수술 후 얼마나 입원해야 하나=치핵절제술의 경우 1, 2일만 입원하면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부의 경중과 사람에 따라 차이가 있다.

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구자일 구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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