붐비는 무료급식소-2, 3그릇 뚝딱…잔반 안 남겨

입력 2004-06-07 14:01:32

불황이 오래 이어지면서 신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무료급식소와 쪽방에는 갈 곳 없는 이들의 발길이 '또다른 IMF'라고 부를 정도로 넘치고, 생활고를 견디지 못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는 가구도 크게 늘었다.

대책없이 늘어가는 '신빈곤층'을 살펴본다.

지난 4일 오전 11시 대구 동구 둔산동에 있는 무료급식소 수녕의 집. 급식 시간이 되려면 아직 30여분이나 남았는데도 벌써 30여명이 넘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식당안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이곳에서 이날 점심 무료 급식을 받은 노인은 줄잡아 130여명. '수녕의 집'은 홀몸노인이나 가정 형편상 식사 해결이 어려운 노인들을 위해 일주일에 두번 문을 여는 무료 급식소. 이곳을 운영하는 조현자(48.여)씨는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최근 들어 못 보던 얼굴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며 "한끼라도 배부르게 먹고 가려는 노인들이 많아 국그릇에 밥을 가득 담아주는데도 2, 3그릇씩 꾸역꾸역 밀어넣는 이들이 많다"고 했다.

실제로 밥은 물론 반찬까지 깨끗하게 먹는 탓에 이날 식사가 끝난 뒤 남은 잔반은 거의 없었다.

강모(79.대구 동구 방촌동) 할머니는 지난달부터 이곳을 찾고 있다.

함께 살던 아들이 사업에 실패해 석달 전에 종적을 감췄고, 며느리마저 아이들을 데리고 집을 나가 할머니 혼자 남았기 때문.

강 할머니는 "여기저기서 도움을 받아 겨우 살고 있지만 꼬박꼬박 끼니를 잇기 어려워 점심은 무료급식소에서 먹고있다"며 "무료급식이 없는 날은 굶는 일이 잦다"고 했다.

이곳에서 무료 급식을 받는 노인 대부분이 강 할머니와 비슷한 처지다.

경기침체가 계속되면서 '신빈곤층'이 급증하고 있다.

지난 4월말 현재 대구의 기초생활수급자는 모두 3만5천972가구에 7만5천287명. 지난해 12월에 비해 1천800여명이나 늘어났다.

지난 2001년부터 2003년까지 2년 동안 기초생활수급자가 7만1천656명에서 7만3천608명으로 2천여명 증가한 것에 비하면 엄청나게 늘었다.

구청 사회복지과 관계자들은 "각 구별로 매달 적게는 30여명에서 많게는 100여명까지 기초생활수급자가 신규로 지정되고 있지만 신청 인원은 2~3배에 이르고 있다"며 "최근 들어 기초생활수급을 신청하는 이들은 상당수가 카드빚이나 채무 보증 등으로 생활고를 겪는 경우"라고 말했다.

영구 임대주택의 입주 경쟁도 더욱 치열해졌다.

지난 3월에 실시한 2천330가구의 임대 입주자 모집에 5천294명이 신청을 한 것을 비롯해 지난해 1월부터 6차례(2천930가구) 실시한 입주자 모집에 모두 1만1천여명이 몰려들었다.

시 복지정책과 관계자는 "특히 최근 들어 영구 임대주택 입주를 바라는 이들이 대폭 늘고 있다"며 "하지만 주택공급이 수요에 턱없이 못 미쳐 신청자 조건에 따라 점수를 부과, 예비 입주자를 선정하고 있어 임대주택 입주도 어려운 실정"이라고 설명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한윤조기자 cgdre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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