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통일 대구중구협

입력 2004-06-05 15:56:15

'단일민족', '한 겨레 한 핏줄', '공동운명체' 등 우리민족은 하나의 정신으로 결합되어 있지만 서로 다른 지역, 체제, 환경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위당(爲堂) 정인보 선생은 고조선으로부터 삼국시대를 거쳐 근.현대로 이어져오는 일관된 우리의 사상을 '조선의 얼'이라 표현했다.

'조선의 얼'은 외세의 침략에 의해 말살되어가던 우리말과 우리글, 생활습관 등 한국적인 문화요소를 찾아내 유지 또는 발전시키자는 것.

이 '조선의 얼'을 지키려는 노력이 중국 장춘시 록원구 조선족소학교에서는 한창이었다.

대한민국 대구시 중구의 한 단체가 옛 만주국 중심도시 장춘(長春)시의 조선족소학교와 12년째 교류하고 있다.

민족통일중구협의회(회장 양해권)는 중구청 장석준 부구청장과 함께 지난달 29일부터 31일까지 2박3일 일정으로 중국 장춘시 록원구 조선족소학교를 방문해 학교운영비 700만원(위안화 4만6천원 상당)을 전달하고, 교내운동회에도 참관했다.

이 학교는 장춘에 있는 조선족학교 3곳(록원구, 관성구, 이도구) 중 하나며 학생수는 270여명.

조선족학교 3곳 모두 한족학교에 비해 낙후된 시설과 교육여건으로 인해 해마다 학생수가 줄고 있으며 우리말과 글을 지키기 위한 노력도 쉽지 않은 환경속에 있다.

특히 이도구의 조선족학교는 학생수가 100여명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어 없어질 위기에 처해있다.

그러나 조선족소학교에는 아직 정(情)이 남아있었고, 우리의 뿌리를 찾고자 하는 열정이 곳곳에 가득했다.

◇한국어 수업시간

"한족(漢族)학교보다 조선족(朝鮮族)학교에서 공부할래요".

옛 만주국의 중심도시인 중국 장춘시 록원구에 위치한 조선족소학교를 다니고 있는 장민우(10)군이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다.

어릴 시절 병원에서 주사를 잘못맞아 하반신 이상으로 잘 걷지도 못하는 민우군은 "부모님은 교육시설이 좋고, 교육수준이 높은 한족학교를 가라고 했지만, 한국말을 쓰는 어머니를 보면서 '중국어와 조선어를 같이 배울 수 있는 학교를 다녀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조선어와 조선문화를 열심히 익혀 꼭 한번 한국을 찾고 싶습니다".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5학년 2반 김 림(12)양은 "한국은 잘 사는 나라며, 우리 조선족을 도와주고 있기 때문에 훌륭한 과학자가 되어 먼 훗날 꼭 보답을 하고싶다"고 말했다.

현재 김양은 조선족소학교에서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열심히 한국말과 글을 배워가고 있으며, 졸업이후에도 장춘시 조선족중학교에 다닐 계획이다.

이렇듯 이 학교에는 조선족 2, 3세 학생들이 한국말과 글을 배우며 자신의 꿈을 펼쳐가고 있다.

지난달 29일 오후3시30분 장춘시 록원구 조선족소학교 내 한국어 초급반 수업시간.

"정말 채소(→죄송)합니다!", "할아버지, 지진(→진지)드세요!" 등 서투르고 어색하기만한 표현이지만 이들은 고국의 말을 배우는 것이 마냥 즐거운 듯했다.

한국어 선생님이 한 단어를 중국어로 불러주면 한국어로 말하는 단어연습시간에는 초급반 학생들이 '저요! 저요!'를 외치며 적극적인 수업태도를 보였다.

이날 수업을 참관한 조선족소학교 백정숙(白貞淑.43.여) 교장은 "중국 대륙속에서 조선족 학교는 하나의 작은 섬에 지나지 않지만 민족의 뿌리를 지키고자 하는 노력은 애처롭고 가상한 것"이라고 말했다.

◇교내운동대회

지난달 30일(일) 오전7시30분(한국시간 오전8시30분) 조선족소학교 운동장에는 '교내운동대회'가 열렸다.

"뭉쳐라! 화이팅", "야호! 2학년 최고야!", "단결, 이겨라 박투!" 등 학년별로 다양한 구호가 적혀진 천막에서 열심히 응원전이 펼쳐진 가운데, 선수로 참가한 학생들은 각자 종목에서 최선을 다해 달리고 또 달렸다.

대각선으로 해도 100m가 나오지 않는 적은 운동장이었지만 마치 70년대 우리나라의 정겨운 시골 '가을운동회'를 보는 듯했다.

할아버지, 아버지, 아들 또는 할머니, 어머니, 딸 등 3대 이어달리기, 5명이 모두 한쪽 다리를 묶고 함께 뛰는 5인1조 달리기, 학년별 씨름대회, 노인들 경기인 담뱃불 붙이고 달리기 등 흥겹고 재미있는 경기가 오전 내내 계속됐다.

아픈 다리에도 불구, 50m 달리기 대회에서 1등을 한 3학년 장민우군은 "다른 학생보다 25m 앞선 상태에서 출발했기 때문에 제일 먼저 골인했다"며 기쁨의 눈물을 감추지 못했다.

장춘시 록원구 노인회 김석찬(金錫贊.68.녹원구 객차공장 기숙사) 회장은 "바람이 불어 담뱃불이 잘 붙지 않아 고생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이날 경기 중간중간에는 태권도 시범을 비롯, 할머니들의 에어로빅 무용공연, 바늘꿰기 등 다채로운 행사도 이어졌다.

한편 비가 흩날리는 가운데 열린 이날 운동회결과는 1학년이 종합우승, 2학년이 준우승, 5학년1반이 3위를 차지했다.

또 응원, 질서, 정신적 면모 등에 제일 우수한 팀에 주어지는 '정신문명상'은 2학년, 6학년2반이 차지했다.

중국 장춘시에서 권성훈기자 cdrom@imaeil.com사진: 지난달 30일 중국 장춘시 록원구 조선족 소학교에서 열린 운동회에서 어린이들이 태권도시범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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