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은 달라도 아픔은 함께 느낄 수 있어요'
급성 골수성 백혈병을 앓아 계속해서 수혈을 해야하지만 RH음성(RH-)의 희귀한 혈액형이어서 더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어린이를 위해 주한 미군 등 외국인들이 나섰다.
대구 동산의료원 소아병동에서 골수 이식 등 고통스런 치료를 견디며 3개월째 투병중인 이정수(8.가명)군을 위해 대구.경북의 미군들이 줄이어 병원으로 찾아오고 있는 것.
지난 1일 오후, 정수가 머물고 있는 입원실에는 캠프캐롤 307통신대대(칠곡군 왜관읍) 소속 닉 와이송(19.Nick Wysong) 이병이 찾아와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픔을 꿋꿋이 견디고 있는 정수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시애틀이 고향인 닉 이병은 정수가 힘든 투병생활 속에 혈액마저 A형 RH음성(RH-) 인자를 보유해 혈액수급이 많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부대에서 들었다.
닉 이병은 같은 RH음성인자를 가진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이 생겼음을 알고 최근 병원에 들러 한차례 헌혈을 했으며, 이날 처음으로 정수를 만나게 됐다.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짓는 정수에게 닉 이병은 성큼 다가가 고사리손을 부여잡고 '힘내, 넌 꼭 완치될거야'라고 했고, 정수도 이내 밝게 웃어 보였다.
닉 이병의 뜻밖의 방문에 놀란 정수 어머니(38)는 "수혈받은 혈액이 모자라 조마조마했는데 닉 이병과 많은 미군들이 도와주고 있어 감사할 따름"이라며 울먹였다.
미군들의 국경없는 사랑나눔은 정수의 외삼촌이 적십자사 RH음성(RH-)봉사회협의회에 도움을 요청, 이 모임에서 미군부대에 연락을 취해 이뤄지게 됐다.
정수 어머니는 "항암치료를 한번 할 때마다 5명 정도의 헌혈을 받아 정수에게 수혈해야 한다"며 "지금까지 모두 3차례 항암치료에 15명 정도가 헌혈을 했으며, 이 가운데 미군이 5명이나 있었다"고 말했다.
한번 수혈하기 위해서는 각종 검사를 거쳐 의료진의 허락이 떨어져야만 가능해 통상 3~4시간 소요되지만 이를 개의치않는다는 닉 이병은 "정수를 위해 하는 헌혈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
마찬가지로 나도 아프면 누군가가 도와줄 것"이라고 말했다.
옆에서 미소를 짓던 정수는 "빨리 병이 나으면 함께 공룡박물관에 갈 거예요"라며 닉 이병과 힘찬 악수를 나눴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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