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읽어주는 전래동화-다마라꽃의 이슬

입력 2004-06-04 08:56:47

옛날 옛적 어느 산골 마을에 아주 가난하게 사는 할머니가 있었어. 이 할머니는 남편도 없고 자식도 없이 혼자서 남의 집 궂은 일이나 해 주고 겨우겨우 밥을 얻어먹고 살았지. 그렇게 어렵게 살면서도 어쩌다 쌀이 생기면 꼭 부처님께 바칠 공양쌀을 한 줌씩 따로 모아 뒀어. 아무리 배가 고플 때라도 공양쌀 챙기는 것은 잊어버리지 않았더래.

이렇게 한 줌씩 모은 공양쌀이 어느덧 서 말이나 돼서, 하루는 할머니가 쌀을 깨끗이 씻어 가지고 자루에다 넣어서 머리에 이고 절을 찾아갔어. 부처님께 바치려고 말이야. 그런데, 여태 절이라고는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는 터라 절이 어디에 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산 속을 헤매다 헤매다 끝내 절을 못 찾고 날이 저물어 그냥 집으로 돌아왔어.

"아이고, 내 팔자는 부처님께 공양쌀도 못 바칠 팔자로구나".

할머니가 이렇게 탄식을 하고 있는데, 이 때 마침 스님이 찾아와서 시주를 청하거든. 옳거니 잘 됐다 하고서 모아 놓은 공양쌀을 모조리 스님한테 다 줬어. 그랬더니 스님이 고맙다고 하면서 자그마한 꽃씨 하나를 주더래.

"할머니, 이 꽃씨를 뜰에다 심고 날마다 첫새벽에 깨끗한 물을 한 바가지씩 뿌려 주십시오. 물을 주고 난 다음에는 '하늘 아래 신통방통한 다마라 꽃아, 젊어서는 고생해도 늙어서는 왕모가 되고지고' 하고 비십시오".

할머니는 스님의 말대로 그 꽃씨를 뜰에다 심었어. 그리고 날마다 첫새벽에 일어나 깨끗한 물을 한 바가지씩 뿌려 줬지. 그러고 나서,

"하늘 아래 신통방통한 다마라꽃아, 젊어서는 고생해도 늙어서는 왕모가 되고지고".하고 빌었어. 날마다 하루도 거르지 않고 물을 주면서 빌었지. 다마라꽃은 무럭무럭 잘 자라서, 얼마 안 있어 꽃이 여러 송이 활짝 피고 잎이 무성하게 됐어.

이 때 나라에서는 임금님 외동아들이 병이 나서, 아무리 좋다는 약을 써도 안 되고 아무리 용하다는 의원을 불러다 보여도 낫지를 않아. 이 때 어떤 스님이 와서 보더니,

"이 병에는 하늘 아래 신통방통한 다마라꽃의 이슬을 받아 먹이면 낫겠습니다".하거든. 그래서 임금님이 신하들을 온 나라에 풀어서 하늘 아래 신통방통한 다마라꽃의 이슬을 받아 오게 했어.

신하들이 온 나라를 다니면서 다마라꽃을 찾았지만, 어디 그런 꽃을 찾을 수가 있나. 아무리 찾아 봐도 없거든. 그런데, 하루는 한 신하가 어느 산골 마을을 지나다 보니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집에서 웬 할머니가 꽃에 물을 주면서 빌기를,

"하늘 아래 신통방통한 다마라꽃아, 젊어서는 고생해도 늙어서는 왕모가 되고지고".한단 말이야. 옳다구나 하고 할머니더러 그 꽃에 맺힌 이슬을 받아 달라고 했어. 할머니는 새벽 일찍 다마라꽃에 맺힌 이슬을 받아서 작은 병에 넣어 줬지.

신하가 이슬을 가지고 임금님에게 돌아가 왕자에게 먹였더니, 신통하게도 왕자는 병이 씻은 듯이 나아서 벌떡 일어나더래. 임금님은 할머니를 고맙게 여겨, 대궐로 불러다가 왕자의 유모를 삼았어. 그러니까 날마다 다마라꽃에 빈 대로 됐지 뭐야. 왕모는 임금의 어머니를 왕모라고 하거든. 서정오(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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