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으로/가상 인터뷰-원나라 귀화한 홍다구

입력 2004-06-04 08:56:47

몽고의 고려 침략 후 재빨리 몽고 편에 서서 고려를 수탈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아버지 홍복원과 함께 원나라에 항복한 후 삼별초 진압과 일본정벌에 앞장 선 홍다구(몽골명 찰구이), 동북면 병마사를 죽이고 몽고에 항복한 후 쌍성 총관부 총관과 천호에 임명 된 조휘와 탁청, 서북면 60개 성을 몽고에 바치고 동녕부 총관이 된 최탄, 역관출신으로 출세한 유청신. 이외에 환관 출신이거나 매를 길러 권문세족의 반열에 오른 사람도 많았다.

이들은 원나라를 등에 업고 갖은 횡포와 수탈을 일삼았다

대표적 반역자 홍다구를 만났다.

-오랜 전쟁으로 고려인의 삶이 도탄에 빠져있지만 장군은 일찍이 부친과 함께 원에 항복, 출세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원망과 비판이 많은 것으로 압니다.

△그런 비판의 전제는 제가 고려인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러나 저는 고려인이 아니라 원나라의 장수입니다.

원나라 장수가 원나라를 위해 싸우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장군 가문은 몽고 침입 전까지 고려인이었지 않습니까?

△영원한 것은 세상에 없습니다.

고려는 처음부터 존재했던 국가입니까? 제가 반역자라면 신라에 반기를 든 고려 태조 왕건은 어떻습니까. 원나라의 사위국가가 된 고려왕실은 어떻게 설명할 것입니까.

-원나라의 위세가 영원할 것으로 보십니까?

△분명한 것은 지금이 원나라의 세상이라는 것입니다.

저와 제 가족이 원나라를 택하는 대신 고려를 위해 죽었어야 합니까? 살아남은 고려인들이 원나라 풍속을 받아들이고 원나라에 기대 출세하려고 하는 것은 모두 배신행위입니까.

-적극성과 소극성의 차이 아니겠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부역했거나 몽고정책에 따르는 것과 부귀와 영화를 얻기 위해 몽고 편에 선 것은 다르다고 봅니다.

△살아남는 다는 기준이 다르겠지요. 하루 세끼 밥을 먹을 수 있는 데 만족하는 사람도 있겠고, 고관대작의 위치에 올라야 살아있음을 느끼는 나 같은 사람도 있겠고….

-일본정벌을 위한 조선공사 때 백성들을 가혹하게 독촉했다는 비판이 많습니다.

△일본 정벌은 원나라의 숙원사업입니다.

국가차원의 일에 개인의 작은 희생은 불가피합니다.

일본을 정벌해 통일국가를 건설하겠다는 것이 우리 황제의 뜻입니다.

-몽고의 위세가 꺾이고 새로운 세력이 등장하면 다시 새로운 세력의 편에 설 것입니까?

△그런 세상이 올까요? 그러나 만약 그런 세상이 온다면 다시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야겠지요. 국가와 개인은 주종관계가 아니라 평등한 계약관계라고 봅니다.

-장군의 국가관을 묻는 게 아니라 강자 편에 서서 약자에 대한 수탈을 계속할 것인가를 묻는 것입니다.

△나를 파렴치한 사람으로 몰아가는군요, 그러나 나의 행복과 대다수 고려인의 행복이 양립할 수 없다면 도리가 없지요. 조두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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