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교육 상담실-"집에만 오면 TV켜는 아이,고3이 이래도 될까..."

입력 2004-06-04 08:56:47

출근하자마자 전화벨이 울렸다.

울화가 치밀어 간밤에 한숨도 못자고, 상담자가 출근하기만을 기다렸다가 전화를 걸었다는 것이다.

사연인즉 고3인 아들이 수능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집에 오면 공부도 하지 않고 TV만 보려해 속상해서 못살겠다는 것이었다.

TV를 확 꺼버리고 잠이나 자라고 방으로 내쫓고 안방으로 들어오면 어느새 다시 거실에서 TV를 보고 있으니 이제는 불면증까지 생겼다는 것이다.

상담자는 '아마 성적이 떨어져 전문대학에도 합격하기 어려운 모양이다'라고 짐작하고는 조심스럽게 어느 대학에 보내려고 하는지 물었다.

S대학에 가려고 하는데, 학년 초에는 열심이더니 최근에 와서는 공부는 하지 않고 TV만 봐서 어머니가 더 초조하고 밤새 아들을 감시하느라 눈을 붙이지 못한다는 것이다.

물론 목표를 눈앞에 두고 조금이라도 더 열심히 해 주기를 바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모르는 바 아니나 아들보다 더 초조해 하는 어머니를 돕고 싶었다.

그리하여 아들이 TV를 매일 어느 정도 보는지를 같이 확인해 보기로 했다.

고3이라 보충학습이니 자율학습이니 하여 평일은 TV를 볼 시간이 없다는 것이다.

토요일과 일요일은 어느 정도 TV를 보는지 좀더 구체적으로 확인했다.

토요일과 일요일도 학교에서 하니 공부가 더 잘된다고 밤 9시가 넘어서야 집에 돌아온다는 것이다.

간식을 먹고, 씻고 나면 거의 밤 11시, 그리고 나서는 1,2시간 정도 TV를 본다는 것이다.

이런 얘기를 통해 어머니는 아들이 매일 TV만 본다고 속상해 했는데 확인 과정을 통해 생각보다는 TV 시청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온통 마음을 자식 뒷바라지에 매달려 같이 홍역을 치르는 우리 어머니들….

자칫 아들 눈치만보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해보고 관계만 마음 고생하는 어머니….

어머니에게 이런 방법을 권하고 싶다.

자녀가 공부를 안 한다고 생각할 때, 그래서 속이 상할 때, 마냥 속상해 하지 말고 자녀가 일어나서 잠자리에 들 때까지의 시간을 써내려간 다음, 시간대별로 자녀의 활동을 간단히 메모, 즉 시간일기쓰기를 권하고 싶다.

김남옥(대구시교육청 중등교육과 장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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