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주산지

입력 2004-06-03 15:10:38

1720년 조선조 숙종 46년에 착공해 이듬해 10월 경종 원년에 준공한 저수지. '정성으로 둑을 막아 물을 가두어 만인에게 혜택을 베푸니 그 뜻을 오래도록 기리기 위해 한조각 돌을 세운다'는 비문에서 보듯 농사를 짓기 위해 만들어졌다.

아직도 주산지 아래 자리잡은 60여 가구가 이 물을 이용해 농사를 짓는다.

수심이 7, 8m이고 면적이 고작 6천평 밖에 안되는 자그마한 연못이지만 아무리 가물어도 아직껏 바닥을 드러낸 적이 없다.

주산지는 새벽녘 은은하게 퍼지는 물안개가 주위 풍광과 신비하게 조화를 이루는 청송군의 빼놓을 수 없는 절경. 특히 연못 속에 자생하는 약 150년생 능수버들과 왕버들 30수는 울창한 수림과 함께 아늑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워낙 깊숙한 산속이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몇몇 사진작가, 눈 밝은 여행객들만 알고 찾았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촬영무대가 되면서 널리 알려졌다.낮게 피어오르는 물안개가 모든 소리와 잡상을 휘감은 것인지 못은 온통 적막감에 휩싸여 있었다. 새벽녘에 찾은 주산지(注山池)는 태고의 엄숙함으로 인간과 자연을 하나로 만들었다. 물아일체(物我一體)이던가.

뿌연 수면 위에 시선을 붙잡아두었다. 눈동자는 아직 어둠에 익숙해 있고, 주산지는 오직 물안개와 평온한 수면만을 겉으로 비춰낼 뿐이다. 그렇게 두어시간. 물안개는 자기 몸을 헤집고 들어서는 아침 햇살에 조금씩 자리를 내주고 비켜선다. 이치가 틀리지 않다.

새들의 맑은 울음소리가 주산지의 아침을 깨운다. 물결처럼 쉼없이 흐르던 안개도 어느덧 흐트러지고 이내 제 몸을 감춘다. 시간이 색을 바꾸면서 주산지는 또 다른 변신을 준비한다.

청련(淸蓮)한 연못은 30여 그루 왕버드나무를 또렷하게 그려낸다. 연못 뒤로 우두커니 서 있던 산은 제 순서인듯 그 푸르름으로 수면을 물들인다. 가렸다가 풀어내고, 짙거나 옅게 때를 기다리며 반영(反映)을 되풀이하는 주산지의 하루, 억겁이 다름아니다.

글.전창훈기자 apolonj@imaeil.com

사진.김태형기자 thkim21@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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