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대상 효행 우수상 김아경양

입력 2004-06-03 13:57:16

해 맑은 미소를 가진 문학 소녀 김아경(13.경일중2)양의 얼굴에는 요즘 수심이 가득 드리워져 있다.

어머니 이애경(43)씨의 병세가 갈수록 악화되고 모진 가난마저 하루 하루 힘겹게 보내는 아경이를 짓누르고 있기 때문.

단란했던 아경이네 가족에게 어둠의 그림자가 내려진 것은 지난 1997년 아버지를 백혈병으로 잃고 설상가상 어머니마저 뇌하수체 종양 판정을 받고 쓰러지면서부터. 그나마 빚을 얻어 수술 받았지만 그 후유증으로 현재 어머니는 시각장애와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다.

밤이면 앞이 안보여 외출은 상상할 수도 없고, 약이 없으면 머리가 아파서 하루도 견딜 수 없는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

피곤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으면 정신분열증세를 보이곤 한다.

평소에는 멀쩡하다 갑자기 극도로 화를 낸다거나 울부짖고 화를 내는 등 이상증세를 보일 때마다 아경이의 가슴은 찢어진다.

"평소와 달리 이성을 잃어 버리는 엄마가 낯설고 불쌍하기만 하다"는 아경이는 "그럴 때마다 돌아가신 아빠 생각에 가슴이 미어진다"고 눈물을 흘린다.

밤새워 어머니를 다독거리며 진정시켜 보기도 하고 교회에 나가서 열심히 기도를 해보지만 어머니의 병세는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이런 아경이를 보면 어머니 가슴도 아프기는 마찬가지. 정신이 들고 보면 딸에게 무거운 짐을 지게 한 것이 괴롭고 미안하기만 하다.

그럴 때마다 오히려 "조금만 참으면 돈을 벌어 꼭 엄마를 낫게 해 줄게"라고 위로할 만큼 아경이는 효성이 지극하다.

어쩌다 용돈이라도 생기면 엄마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사서 내밀기도 하고 시(詩)를 읽어 주기도 한다.

이 같은 눈물겨운 효행이 널리 알려지면서 지난달에는 제16회 청소년 대상 효행부문 우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처럼 정신적, 육체적으로 건강하지 못한 어머니를 돌보며 역경을 극복하고 있지만 가난은 13살 어린 나이에 극복하기에는 너무 무거운 현실이다.

현재 기초생활 수급대상으로 정부로부터 지원받는 50여만원이 수입의 전부로 어머니의 약값 대는 것 조차 벅차다.

더구나 아버지와 어머니의 수술과 치료비로 가산을 모두 써 버리고 난 뒤부터는 10만원짜리 월세방을 전전하다 몇 달치 월세가 밀려 쫓겨나기를 반복했다.

몇해 전에는 정부에서 운영하는 자용모자복지관에 겨우 보금자리를 틀었지만 일정기간이 지나면 나와야되는 규정 때문에 지난해부터 다시 월세방을 찾아다니고 있다.

그러나 아경이를 괴롭히던 가난과 병마도 배움에 대한 열정마저 꺾지는 못했다.

장래 선생님이 꿈인 아경이는 지금껏 한번도 과외나 학원을 다녀본 적 없지만 전교에서 20등 안팎의 좋은 성적을 올리고 있다.

미술, 독후감, 영어능력 대회 등 각종대회에서 입상할 만큼 남다른 재능을 보이고 있다.

'오드리 헵번'을 닮았다고 해서 학교에서 '얼짱'으로 통하는 아경이는 찌들고 지친 생활속에도 "열심히 공부해서 선생님이 되고 또한 남들도 도와 줄 수 있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아름다운 마음씨를 보였다.

'아름다운 함께 살기' 제작팀 계좌번호는 대구은행 069-05-024143-008 (주)매일신문입니다.

최창희기자 cch@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