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성구 여관골목 '최악의 불경기'

입력 2004-06-03 12:11:37

"모텔과 아파트 단지가 힘겨루기를 한다면...".

대구 수성구 두산동 일대에 몰려있는 고급 유흥.숙박시설들이 요즘 심각한 '위기감'에 빠졌다.

인근에 주상복합 아파트 건축 공사가 시작된 이후 숙박 업소의 매출이 급감하고 이곳을 떠나는 업주도 하나둘 줄을 잇는 때문.

유흥.숙박업소들 때문에 주상복합 아파트의 분양률이 떨어지고, 입주후에도 주거 환경문제로 인기가 별로일 것이라는 당초의 예상과는 어긋나는 일이다. 이때문에 이 주상복합아파트가 입주하면 숙박업소는 물론 유흥업소들 까지도 타격을 입을 것이란 우려도 업주들 사이에서 새어나오고 있다.

두산동 숙박업협회에 따르면 영업중인 40여곳의 숙박업소 중 지난 3개월 동안 6곳의 업주와 소유자가 이 곳을 떠났다. 42층 규모의 대우 트럼프 월드(6개동, 1천세대)와 코아시스 105(23층, 105세대), 오벨리스크(26층 76세대) 등 대형 주거단지의 공사가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되면서 최악의 불경기를 맞은 것이다.

협회 조근수 회장은 "이들 건물의 공사가 시작된 이후 매출이 급감, 이 일대의 숙박업소 전체가 문을 닫을 형편"이라며 "숙박업을 그만두고 떠나려고 해도 보증금.매매가격이 절반 정도로 깎였고, 그나마 매입자나 신규 세입자도 찾아보기 힘들다"고 하소연했다.

지난해 11월 이곳의 숙박업소 문을 닫았다는 황모(53)씨는 "하루 매출이 100만원에서 20~30만원으로 떨어졌는데, 업소를 내 놓은지 4개월만에 겨우 팔렸다"고 했다.

이때문에 이 일대의 숙박업소 업주들은 지난 2월 영업가 되지 않는다며 부과세, 종합소득세를 낮춰 줄 것을 세무서에 호소하고 건설업체에는 공사로 인한 영업손실을 보상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향후 전망은 더욱 불투명하다.

주상복합아파트가 입주하면 모텔의 네온사인이나 홍보물을 자제해 달라거나 자녀 교육을 이유로 강력한 지도.단속을 해달라는 등의 주민 요구가 빗발칠 것이 분명하기 때문.

ㄷ 건설사 관계자는 "숙박시설뿐 아니라 유흥단지가 아파트에 밀려 정리된 전례가 서울 용산, 일산 등지에서도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상업지역에 주거단지가 들어서는 것은 토지이용의 왜곡을 가져오는 바람직하지 못한 일"이라면서도 "하지만 주거환경을 해치는 모텔, 주점들이 밀려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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