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풍-시동걸린 버스 爭議행위

입력 2004-06-03 11:41:06

경북지방노동위원회 쟁의조정회의 자리였다.

최준 대구시 버스운송사업조합 이사장은 노선권(路線權)만 준다면 대구시로부터 재정지원금을 한푼 받을 필요가 없고 노조의 요구를 다 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당시 노조측의 임금인상 요구안은 16.14%였다.

임금협상 사용자측 교섭위원은 사업 포기 가능성도 내비쳤다.

필요하면 면허증도 반납하겠다고 했다.

극과 극, 양면 작전의 구사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노조용 협상카드라기보다는 대구시에 대한 압박용이라는 인상이 짙었다.

준공영제 필요성 부각 전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면허증 반납 부분은 지하철 처지를 빗댄것. 완전공영제(公營制)로 가면 '버스공사(公社)화'는 불가피하기 때문에 지하철과 같은 적자는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을 떠올린 것이다.

하루 1억원 정도의 적자를 과연 대구시가 감수하겠느냐는 분석이 낳은 의도된 발언이었다.

노선권 문제도 대구시의 반응을 떠보기라기보다는 협상전략상의 기선제압용, 대외선전용 차원의 접근이었을 성싶다.

2일 타결을 본 대구시내버스 파업은 노사 양측의 승리로 볼 수 있다.

공익사업장이란 점을 감안해도 완봉승(完封勝)이다.

극적타결, 아니다.

대구시의 조정역할이 어느때보다 겉돈, 정책의 부재가 돋보였다는 비아냥도 나오게 됐다.

예년처럼 하루정도 파업에 들어갔다가 합의에 이르는 수순을 예상 했다가 갈수록 강도가 높아지자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준공영제 도입시기가 과연 물리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 간다.

내년 10월로 대구시가 못박았다.

대구에 온 이용득 한국노총위원장에게 약속까지 했다고 한다.

그 전까지만 해도 대구시의 입장은 '적어도 내년 7월 실시는 불가능'이었다.

장용태 전국자동차노련 대구버스지부장이 쟁의조정기간중 노사정이 모인 자리에서 '7월 실시 약속을 해달라'고 했다.

약속만 하면 파업은 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비공개적으로 속내의 한쪽을 드러내기도 한 부분이다.

지난 5월22일, 17일에 있은 2차, 1차 쟁의조정회의 때였다.

대구시 관계자는 '물리적으로 불가능'을 되풀이 했다.

한데도 대구시는 뚜렷한 이유도 없이 이를 뒤엎었다.

7월과 10월, 이 90일간의 시차가 그렇게 큰 것도 아닌데 조해녕 대구시장이 노조의 안을 5월25일 이전에 받았다면 파업은 없었을 것이라는 계산도 나온다.

준공영제 도입을 위한 용역 발주, 전일(全日) 전용차로제, 환승체계, 버스업체 경영실사 등 산적한 일들을 1년 4개월동안 해 낼것인가.

대구 버스 준공영제도 역시 대중교통체계의 전반적인 변화와 맞물려 있다.

내년 9월에 개통된다는 지하철 2호선의 수송분담률도 감안요인이다.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버스 노선개편이 뒤따를 것이지만 버스업체 자율의 구조조정도 포함돼야 합리적인 도입안(導入案)을 마련할 수 있다.

2002년을 기준으로 한 수송분담률이 36% 수준이라는 버스의 경우 현재 29개 업체가 있다.

이 중 20개 업체는 자본금도 잠식상태라고 한다.

지극히 어려운 업체는 인수합병절차를 스스로 결정할 필요가 있다.

준공영제가 버스회사에 적자를 메우는 정도로 끝나서는 시민들의 부담이 너무 많다.

합리적인 노선체계, 서비스 개선, 요금체계 개편, 적절한 버스업체 재정지원, 노동자 처우개선책 등 대구시가 할 일이 너무 많다.

준공영제 도입의 근본 목적은 시민들의 삶의 질 향상일 것이다.

서민들의 생활편의 확대다.

버스의 대구교통분담률 36%와 지하철 4%와 비교하면 재정지원도 충분한 이유가 있다.

시민부담 누구나 원하지 않는다.

버스도 공익사업장이다.

물론 개인이 하는 업체이나 영업행위의 중요부분인 노선지정 권한은 대구시가 가지고 있다.

재정지원을 해야 하는 또 하나의 이유다.

그래도 상대적으로 형편이 좋은 시민들의 세금이 보태져 대구시내 구석구석에 버스가 운행하는 한 요건이 된다.

대구버스 임금 협상과정의 의문점, 또 있다.

사용자들은 경영악화를 입을 모아 호소한다.

실사를 하자고 공개적으로 하고 있다.

대구시는 매년 재정지원 금액을 늘려왔다.

올해 196억원이라고 한다.

5년전과 비교하면 2배이상 불었다.

한데도 버스업체에 대한 경영상태 조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돈달라고 하면 정확한 자료없이 주었다는 꼴 아닌가. 직무유기다.

심하게 표현하면 대구시와 버스업체가 '짜고 친 고스톱'이라는 얘기도 나올 수 있는 대목이다.

조사결과 모자라면 더 주어야 하는 것 당연하다.

버스운송사업조합 집행부는 올해 재정지원금 196억원 말고도 준공영제 실시 소요 재원으로 390억원 정도를 계산하고 있다.

정확한 수치여부 판단은 다른쪽의 몫이되 내년 임금협상의 기상도가 그려진다.

험로다.

지하철 2호선 개통도 맞물려 있다.

버스업체로서는 황금노선이다.

경영위축에 준공영제 도입과 관련한 이견(異見)도 있을 수 있다.

준공영제 소요재원 50%를 중앙정부 지원으로 한다는게 대구시의 계획이지만 '대구시 지갑'이 아니다.

버스 쟁의행위가 이미 시동이 걸린 상태 아닌가.

최종진(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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