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기 기자의 영화보기-메타포

입력 2004-06-03 09:10:15

드라마가 '뼈'라면 메타포는 '살'이다.

사실 은유가 빠지면 드라마는 앙상한 가지이고, 양념 안 친 국물이다.

그래서 잘 만든 작품이나 의식 있는 감독의 작품은 메타포를 통해 '속 뜻'을 전달한다.

'효자동 이발소'의 메타포는 '변'(똥)이다.

북악산에 침투한 간첩들이 설사를 하는 것은 웃지 못할 풍자다.

물론 허구지만, 그 시대의 남북 이데올로기 광기에 대고 내뱉는 '쉿'(Shit!) 이라는 욕이다.

압권은 한모(송강호)의 '것'이다.

그는 화장실에서 대통령의 운구행렬을 맞는다.

그토록 가까이 모셨던, 그러나 가까이 하기에는 먼 '당신'을 그는 '똥'으로 보낸다.

변비처럼 쌓이고 쌓인, 이발사 아버지의 한. 그것을 뱉어내기 위해 아랫배에 힘을 준다.

눈은 충혈되고, 눈물까지 흘러내린다.

최고 통치자의 죽음을 슬퍼하는 온 국민의 대성통곡 속에 그는 아들을 위해 '산고의 고통'을 겪는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아버지는 자식을 위해 '찢어지는' 아픔을 참아낸다.

운구차가 갑자기 멈춘다.

마침내 터지는 한모의 배설. 그리고 운구차량도 움직이기 시작한다.

속 시원한 한모의 배설은 쌓이고 쌓인 독재 청산의 메타포다.

'올드보이'에도 갖가지 메타포가 숨겨져 있다.

첫 도입부에 강아지를 안고 자살하려는 남자가 나온다.

그가 왜 자살하려고 했을까. 영화 속에서는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설정은 '개와 섹스한 남자'이다.

천륜을 어긴 간음, 바로 오대수(최민식)의 '역 오이디푸스'적인 관계를 은유하고 있다.

또 옥상에서 뛰어내리려는 그 남자를 잡고 있는 장면은 우진(유지태)이 댐에서 누나의 손을 잡고 있는 장면과 중첩되는 은유다.

우진의 펜트하우스가 수로로 꾸며져 있고, 벽지가 물결무늬인 것은 댐에서 받은 우진의 슬픔과 충격의 연장선이다.

혀를 자르는 것은 비교적 이해하기 쉬운 은유다.

모든 복수가 무심코 내뱉은 새치혀의 놀림 때문인 것이다.

제인 캠피온 감독의 '인더컷'은 패미니스트적인 은유가 가득한 작품이다.

예쁜 꽃잎이 흩날리는 정원을 훑으면서 영화가 시작된다.

아름다운 여성이 안전하게 살아가는 공간이다.

그러나 그 도시는 그렇지가 않다.

연쇄 살인마의 엽기적인 살인행각이 벌어진다.

음울한 도시속 예쁜 정원. 본능과 이성에 흔들리는 프래니(멕 라이언)의 감정처럼 이중적인 공간에 대한 은유다.

또 마지막 살인범과 함께 하는 공간이 등대다.

버지니아 울프의 소설 '등대'는 가부장적 상황에서 고통받는 여성을 그린 작품. 영문학을 가르치는 주인공의 직업과 잘 부합되는 배경 설정이다.

또 여성만을 골라 살해하는 살인마의 반 여성주의적인 그러면서 가부장적인 폭력을 은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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