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건 '한바구니'에 온정 '두바구니'

입력 2004-06-02 08:55:45

대구 북구 물물교환센터 '감나무골...'

지난달 31일 오후 대구시 북구 대현 2동 '감나무골 생명가게'. 가게 안은 벽을 따라 갖가지 옷가지가 걸려있고 책, 모자, 가방, 그릇, 신발 등이 보기 좋게 진열돼 있다.

단골손님인 박정혜(38.북구 신암3동)씨는 깨끗한 반바지와 청바지 한 벌을 골라냈다.

이날 박씨가 지불한 돈은 0원. 장롱 안에 모셔뒀던 손가방과 작아서 못 입게 된 딸아이의 원피스와 교환한 것이다.

한달에 3, 4번은 이 곳을 찾는다는 박씨는 "가격이 시장보다 훨씬 싸고 잘만 고르면 좋은 물건을 구할 수 있다"며 흡족해했다.

지난 4월 18일 정식으로 문을 연 생명가게는 지역 주민을 위한 상설 물물교환센터. 지역공동체인 '감나무골 새터공동체'가 몇 해 전부터 계절마다 비정기적으로 열던 알뜰장터를 상설가게로 옮긴 것이다.

1990년 가톨릭 신자 30여명을 중심으로 시작된 '감나무골 새터공동체'는 13년째 이 동네 주민들을 대상으로 복지 사업을 펼쳐왔다.

'생명가게'에서는 주민들이 중고생활물품을 직접 가지고 와서 필요한 물건으로 교환해 가거나 구입한다.

새터공동체의 실무자 2명과 지역 주민으로 이뤄진 자원활동가 15명이 조를 짜서 가게를 돌보고 있다.

물건들의 가격은 몇 백 원에서 비싸야 3천 원 정도. 하루 40~50여명이 찾을 정도로 인기가 높다.

'감나무골 생명가게'는 단순히 재활용품 매장에 머물지 않는다.

수익금으로 매주 화요일 자원활동가들이 밑반찬을 만들어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해주고 장학금이 필요한 저소득층 자녀들과 후원자들의 결연을 돕는 일도 하고 있다.

실무를 맡고 있는 이유자(38)씨는 "생명가게는 예수님의 삶처럼 가난한 이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했다.

'생명가게' 측은 다양한 물품이 부족하다고 보고 앞으로 각 성당의 사회복지회와 연계해 좀더 많은 물건을 기증받거나 수집할 계획이다.

'감나무골 생명가게'의 공동 대표를 맡고 있는 임종필 신부는 "지역 공동체가 중심이 되어 운영되는 생명가게는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라는 개념을 넘어 가난한 사람들의 쉼터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의 053)952-4776.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사진: 지난 4월 문을 연 '감나무골 생명가게'는 지역 주민을 위한 상설 물물교환센터이자 마을 사랑방으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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