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덕군 지품면 속곡리. 하늘과 땅이 맞닿아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오지 중 오지다.
면소재지인 신안리에서 20여분간 꼬불꼬불한 비포장 도로를 달려야 겨우 다다른다.
사시사철 계곡에는 맑은 물이 흘러 한때 용수댐 후보지로 오르기도 했던 곳. 그래서 영덕사람들도 '하늘 아래 첫 동네'라고 부른다.
동민들은 27가구 51명.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산지 부락 5개가 합해진 이 마을에 31일 경사가 났다.
동민들이 그토록 염원하던 마을회관 공사가 이날 마무리돼 입주를 한 것. 바쁜 농번기임에도 모처럼 모두 모여 막걸리를 나눠 마시며 마을회관에서 첫 회의를 했다.
"그동안 이집저집 돌아가며 모여 회의를 했었는데…. 이제 그 신세는 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장 차해동(45)씨는 연신 싱글벙글이다.
이날 입주한 마을회관이 속곡리 주민들에게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92년 폐교된 후 지난 12여년 동안 방치돼 왔던 지품초교 속곡분교가 마을회관으로 바뀐 것.
교정 구석구석에 손때가 배어있다 보니 감회가 새로울 수밖에 없다.
동민들은 이번에 1천200만원을 주고 폐교를 매입했다.
하지만 40평의 교사 리모델링 비용 1억여원이 문제였다.
이 소식을 들은 'KBS 6시 내고향 백년가약' 프로그램팀이 기획방송 차원에서 기꺼이 부담하겠다고 나섰다.
마을회관에는 도서관과 찜질방, 회의실, 방 2개 등 내부가 깔끔하게 꾸며져 있다.
온수 샤워시설도 갖춰 언제든지 피로를 풀 수 있도록 해 놓았으며, 도시까지 나가지 않아도 옥 찜질을 할 수 있는 시설까지 만들어 놓았다.
"고맙기 그지 없다"며 연신 고개를 숙이는 마을 사람들은 전문인테리어팀이 보수를 하는 동안 고추전을 곁들인 중참을 비롯해 숙식 제공과 운동장 청소 등 뒤치다꺼리를 하며 도왔다.
기존 교사에 자연미를 살린 속곡리 마을회관은 바로 앞에 계곡 물이 흐르는 등 마치 동화 속 한 장면을 떠오르게 한다.
꽃을 심어 만든 정원도 깜찍하기 그지없다.
출향인들도 이번 마을회관 건립에 적극 동참했다.
낡은 교사를 사들여 마을회관으로 만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대형냉장고와 가스레인지 등이 답지했고, 경기도 일산에서 휴가를 내고 내려왔다는 신경수(42)씨 등 분교출신 졸업생들은 풀뽑기 등 일손을 나눴다.
남아있는 사람이나 나간 사람이나 마을 출신 모두가 배우고 자란 학교는 소중한 추억의 모태였다.
외지인 손에 넘어가지 않고 마을 공동모임 장소로 만든다는 사실에 마음을 보태지 않을 수 없었다.
이 마을의 폐교 구입부터 리모델링 등의 과정은 31일 'KBS 6시 내고향 백년가약' 프로그램에 소개됐다.
차 이장은 "올 여름부터 마을회관을 외지인들에게 임대, 운영비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했다.
연락처 = 차해동 054)732-5884, 011-521-5884 .
영덕.최윤채기자 cycho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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