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부드러운 남자

입력 2004-06-01 11:39:22

삼성라이온즈 김응룡 감독이 팀 운영에 있어 과거와 크게 달라진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감독은 자타가 인정하는 국내 최고의 승부사. 김 감독은 이겨야 한다는 판단이 서는 경기에는 과감한 승부수를 띄우기로 유명하다.

하지만 올 시즌 김 감독은 승부수보다 원칙과 정도를 지키는 쪽에 무게중심이 실리고 있다.

투수 로테이션 원칙을 지키려는 것이 가장 눈에 띄는 모습. 김 감독은 팀이 10연패하는 과정에서도 선발, 중간계투, 마무리의 역할 분담 원칙을 지켰다.

9연패 이후 어쩔 수 없이 투수 전원 대기령을 내리기도 했지만 과거 마무리 투수를 6,7회 조기 등판시키며 승부수를 띄우던 경우를 요즘은 찾아보기 힘들다.

이는 선동렬 코치에서 투수 운영의 상당 권한을 넘긴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작전이 많아진 것도 달라진 모습.

김 감독은 최근의 10연패 동안 도루 지시가 고작 3번에 불과했고 그 중 2번을 성공시켰다.

이에 반해10연패 이후 8승1패의 성적을 거두는 동안 김 감독은 무려 12번의 도루를 지시했고 7번을 성공시켰다.

또 히트앤드런 작전도 자주 나오고 있다.

삼성은 최근 실전을 방불케하는 작전수행 훈련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최근 감독이 뛰는 야구에 적극적이고 작전도 많이 지시한다"고 말했다.

상대팀 투수에 따라 타순 조정도 지난해에 비해 자주 나타났다.

좌완 투수와 대결할 때는 강동우, 오리어리 등 좌타자들을 선발 출장에서 아예 제외시킬 뿐만 아니라 타순 배치에도 변화를 꽤하고 있다.

최근에는 붙박이 선두타자 박한이를 6,7번으로 돌리고 강동우를 1번에 배치하는 등 팀 배팅을 강화하기 위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또 코칭스태프가 타순을 짜서 보고하면 김 감독은 과거와 달리 대부분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감독의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는 승부에 초연한 듯한 자세다.

연패 과정에도 코칭스태프 미팅에서 "왜 잘 안 되느냐", "게임이 안 풀린다" 등의 말만 할 뿐 질책은 거의 없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얘기다.

과거에는 경기가 안 풀리면 거친 말도 거침없이 내뱉었지만 요즘은 거의 찾아 볼 수가 없다는 것. 한 코칭스태프는 "코치들이 오히려 당황하는 경우도 있다"며 "경기를 즐기는 듯한 모습을 자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창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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