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악가 A씨는 무대에 서면 가곡 오페라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부른다.
역시 성악가 B씨와 C씨, D씨는 '솔레미오', '축배의 노래', '그리운 금강산' 말고 다른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기 어렵다.
"대구의 음악 연주회는 6개월만 부지런히 다녀보면 레퍼토리가 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는 조소 섞인 말이 음악 애호가와 음악인들 사이에서 나돌고 있다.
늘 연주되는 곡들이 단골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적지 않은 음악회가 진부하고 타성적인 레퍼토리를 답습하고 있는 이유는 주최 측의 안이한 자세와 일부 성악인들의 프로 정신 부재 때문이다.
여러 음악인들이 무대에 서는 연주회일지라도 최소한 수 개월 전에 곡목 선정 등에 대한 사전 기획이 이뤄지고 있는 구미 음악계와 달리 지역에서 열리는 갈라 콘서트는 급조된 것이 많다.
그런 음악회일수록 주최 측은 청중에게 익숙한 레퍼토리를 출연 성악인들에게 요구하기 마련이다.
그러다 보니 몇 안되는 레퍼토리를 놓고 좋은 곡 또는 자기 목소리와 맞는 곡을 부르겠다며 출연자들간에 실랑이가 빚어지기도 한다.
대구의 성악인 ㄱ씨는 "지난해 대구오페라축제 때 공연된 한 작품에서 한 출연자가 자기 가사를 못 외워 남의 가사를 부르는 모습을 보고는 얼굴이 화끈거렸다"며 "일반 애호가들의 높아진 눈높이를 이같은 자세로 충족시킬 수 있겠냐"고 말했다.
성악인 ㅇ씨는 "외국 성악가들의 경우 공연 시즌이 되면 일체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자기 관리와 연습에 몰두한다"면서 "그러나 대구에는 이러한 음악인이 몇이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성악가들로서도 할 말이 없지 않다.
늘 연구하고 새로운 레퍼토리를 발굴해 무대에 서는 성악인도 없지 않다.
한 성악인은 "음악회가 밥벌이 수단이 되지 못해 음악교습이나 부업을 병행해야 하는 척박한 지역 음악계 풍토 속에서 연주회에 전력을 기울일 수 없는 어려움이 있다"고 털어놨다.
대구의 공연기획자 ㅇ씨는 "공연장이 대구에 크게 늘어나면서 무대에 설 기회도 늘어나자 음악인들의 자세가 안이해진 감이 없지 않다"면서 "음악인이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는 연주회는 결국 일반 애호가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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