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추 한 포기에 30원. 최동운(60.경주시 서면 심곡리)씨는 "배춧값 폭락으로 인건비는 고사하고 생산원가도 건질 수 없게 됐다"며 봄배추 재배를 크게 후회하고 있다.
파종 당시 상인들과 평당(평균 10포기) 3천300원에 계약했지만 실제 거래는 전혀 안되고 있다.
최근 가격이 10분의 1인 300원으로 떨어졌지만 매매가 안돼 모내기철 배추처리가 골칫거리로 등장했다.
지역 농.특산물 생산 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각종 천재지변과 이상기온 현상으로 농산물 생산에 차질이 발생하면서 농가소득에 막대한 지장을 초래하고 있기 때문.
예천 등 경북 북부지역의 경우 지난해 일조량 부족과 계속된 장마로 참기름의 주원료인 참깨 생산량이 급격히 줄어들면서 참기름 가격이 천정부지로 올라 소비자들까지 이중고를 겪고 있다.
참깨의 경우 2002년에는 4천266농가에서 534㏊를 재배해 326t을 생산했으나 2003년에는 4천98농가에서 560ha를 재배, 271t을 생산하는데 그쳤다.
때문에 2002년 330㎖ 한 병에 1만6천500원이던 참기름 가격이 현재 2만2천500원으로 6천원 가량 올랐다.
이마저 물량 부족으로 주문량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배추도 심각한 상황이다.
올해는 잦은 봄비로 배추가 웃자란 데다, 외지 상인들의 차량 바퀴에 묻어온 것으로 추정되는 물사귀가 온통 번져 상품가치가 떨어져 농민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박두선(58.경주시 서면 도리)씨는 "상인들이 평당 300원에도 밭떼기 구입을 꺼리고 있으며, 그마나 외상으로 가져간 뒤 대금지급을 늦추고 있다"면서 "내년부터 다른 작물로 전환을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특히 상인들이 배추구입을 외면하는 바람에 모내기철임에도 논바닥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농민들은 배추를 뽑아내려 해도 인력마저 부족해 발을 구르고 있다.
배추 주산지인 경주 서면 일대의 경우 30여 농가에서 평균 2천평에 봄배추를 파종, 5월 하순부터 6월 중순까지 출하해 농가당 평균 500만~600만원씩 소득을 올렸지만 올해는 종자값도 건지기 힘들게 됐다.
정영수 건천농협장은 "토지개량을 하지 않고 계속해서 연작을 하기 때문에 병해에 약하다"며 "배추가 농가 소득에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가격폭락으로 타격이 크다"고 했다.
5월 들어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이상기온현상이 발생, 아카시아꿀 작황도 형편없이 줄었다.
그나마 꽃망울을 맺은 아카시아 꽃도 대부분 노랗게 변해 말라죽는가 하면 나무까지 고사하는 기현상을 빚고 있어 양봉농가에 비상이 걸렸다.
벌꿀의 경우 5월을 전후해 평균 벌 한 통에서 아카시아 벌꿀 한 말(24kg)을 채취해야 하는데 올해는 지난해 생산량의 10분의 1에도 못 미치고 있다.
양봉업자 반종호(43.예천군 상리면 두성리)씨는 "연간 꿀생산량의 80~90%를 아카시아 꽃이 피는 시기에 채취하는데 올해는 아카시아꽃 자체가 부실해 꿀 구경이 힘들다"고 했다.
이처럼 농특산물이 피해를 입은 원인은 지난 3월 100년 만에 대폭설이 내렸고, 아카시아 꽃이 피는 5월을 전후해 일교차가 10℃ 이상 벌어진 데다 비마저 자주 내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경주.박준현기자jhpark@imaeil.com
예천.마경대기자 kdm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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