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빗 크로넨버그를 기억하는가?
징그러운 파리인간을 그린 '플라이'의 감독이다. '비디오드롬' '플라이' '네이키드 런치' 등 그의 작품은 하나같이 기괴하고 끔찍하다. '플라이'에서도 손톱이 빠지고, 입에서 위액이 나오는 등 속이 뒤틀리고 비위가 상한다. 인간 문명을 '기괴함'으로 '안티(anti)를 거는' 감독이다.
현대 인간 문명의 대표적인 것이 자동차라는 이름의 쇠덩이다. 그는 '크래쉬'라는 영화로 태클을 건다. 흥미로운 것은 '자동차=섹스'라는 등식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자동차의 매끈한 몸은 여체의 곡선으로, 굵은 머플러 소리는 섹스의 비명으로, 그리고 자동차 충돌은 육체의 엑스터시로 치환시켰다.
방송국 프로듀서 제임스(제임스 스페이더)는 애인 캐서린(데보라 웅거)와 기이한 성생활을 즐긴다. 다른 상대와의 성적 체험을 얘기하면서 자극을 받는 관계. 어느날 제임스는 운전도중 여의사 헬렌(홀리 헌터)의 차와 충돌한다.
충돌후 넋나간 헬렌을 보고 야릇한 성 충동에 사로잡힌 제임스. 수습과정에서 다시 만난 둘은 본능적인 힘에 이끌려 차 안에서 격정적인 사랑을 나눈다. 헬렌의 소개로 자동차 엔진처럼 강력한 남자 본(엘리어스 커티어스)를 만나면서 제임스는 동성의 에로틱한 힘에 다시 사로잡힌다.
데이빗 크로넨버그의 이야기는 일반 대중에게는 낯설다. 그러나 등장인물들의 내면과 심리를 충격적인 영상으로 표현하는 스타일에 있어서 그의 솜씨는 어느 작가보다 독창적이다.
제목 '크래쉬'는 '충돌'을 뜻한다. 영화에서 충돌은 에로틱한 성적에너지의 분출로 그려진다.
본은 전직 과학자. 병원과 교통사고 현장을 다니며 충돌과 섹슈얼리티를 경험한 이들을 모아 모임을 만든다. 그리고 포르쉐 550을 몰다 사망한 배우 제임스 딘의 현장을 재현한다.
그의 원시적인 기계성에 매료된 것이 헬렌. 그녀는 그를 본 순간 그와의 섹스를 절실히 원한다. 그리고 세차장으로 빨려들어가는 차 안에서 격렬한 섹스를 나눈다.
이 장면은 영화에서 가장 에로틱한 장면이다. 앞자리의 제임스가 백미러를 통해 흘끔 흘끔 쳐다보는 가운데, 그녀는 걷잡을 수 없는 성욕을 표출하고, 또 채운다. 훔쳐보기에 스와핑, 카 섹스 등 끝모르게 이어가는 현대인의 엽기적인 성의 극점을 표현한 장면이다.
여기서도 감독은 차와 섹스를 동조시킨다. 세차장에서 뿜어내는 물줄기와 비누거품은 차 뒷자리에서 벌어지는 섹스의 분비물과 대치될 수 있는 것이다.
다리 골절에 매단 걸쇠와 부서진 차량, 왁스칠을 한 반짝이는 차체와 대비되는 여인의 미끈한 피부, 충돌후 느끼는 몽롱함 등은 자동차로 대변되는 기계문명에 함몰된 인간의 비이상성을 꼬집어 내고 있다.
크로넨버그 감독은 캐나다출신. 이 영화는 감독의 고향이면서 자동차 생산의 중심지인 토론토에서 촬영됐다. 차 안에서, 고층 빌딩의 오피스에서, 대중이 모인 장소 등을 불문하고 전체의 3분의 2가량이 끊임없는 섹스 씬으로 이뤄졌다. 새디즘과 매저키즘, 호모와 레즈비언을 넘나들어 NC-17 등급을 받았지만 96년 깐느 영화제에서 논란 끝에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영화의 히로인은 데보라 웅거. 멜 깁슨의 '페이백'에서도 나왔던 그녀는 엔진 오일처럼 끈적이는 눈빛에 머플러의 배기가스같은 뜨거움으로 영화를 한껏 달구고 있다.
국내에서는 그녀의 체모가 크로즈업되는 장면 등 2분가량이 잘린 채 개봉됐다. 그녀가 본의 성기에 대해 제임스와 나누는 대사는 이제까지 영화 중 가장 노골적인 대사에 속할 것이다.
에로킹(에로영화 전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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