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 줄기를 타고 흘러내린 야천(耶川;안림천)을 낀 자그마한 학교, 경북 고령군 쌍림면 백산리 '백산초교'. 88고속도로 고령 IC를 빠져나와 해인사 쪽으로 10분 남짓 달린 곳이다.
전교생이 44명에 불과하지만 매주 화, 목요일엔 아이들로 북적댄다.
고령군내 각 초교에서 온 30여명이 하루종일 체험학습에 열중이다.
1천500년 전부터 선조가 이어온 대가야 토기의 혼을 맛보고, 우륵 할아버지의 가야금 선율을 배워보기 위해서다.
전통가마 등 가마 3대와 물레 40대, 분쇄기, 토련기 등을 갖춘 토기실습장에는 흙과 동심이 한데 어우러진다.
강사 염상우(평전도예 대표)씨는 "아이들이 흙 만지고 물레 돌리는데 흠뻑 빠져 금방 따라 배운다"며 "고대 토기를 비교하며 역사도 배우고 창의력도 기를 수 있다"고 말했다.
가야금체험실에는 가야금 20대를 비롯해 북 장구 꽹과리 징 등 사물놀이 악기가 가득하다.
김수영(가야금 연주자)씨와 김진석(사물놀이 지도) 교사를 중심으로 초교생 10여명이 체험실 바닥에 빙 둘러앉았다.
아이들의 눈망울은 초롱초롱 빛났고, 현을 뜯는 고사리 손들은 분주했다.
고령교육청은 또 백산초교 인근 월막리 '월막초교' 폐교 터를 전통문화학교 '가라'(향토문화연구소장 안준영)로 꾸며, 고(古)인쇄 판각 등 문화체험 학습장으로 활용하고 있다.
이처럼 대가야문화 현장체험 학습장에는 지난 99년부터 지금까지 대구.경북지역 학생 6천여명이 거쳐갔다.
지난해엔 백산초교 가야금연주단이 '전국우륵가야금경연대회'에서 장려상을 받았고, 토기실습팀은 경주엑스포에서 토기제작 시범을 보이기도 했다.
백산초교 이수룡 교장은 "타지역 교사들은 물론 외국인들까지 대가야 문화체험을 위해 찾아온다"며 "대가야의 예술문화를 널리 알리는데 더욱 힘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5월24일 오전 10시30분 고령군청 2층 영상회의실. 고령읍장, 쌍림면장, 우곡면장, 덕곡면장, 성산면장 등 읍.면장들이 속속 도착했다.
군수를 비롯해 부군수, 기획감사실장, 총무과장 등 실.과장들도 자리를 잡았다.
군 간부들이 모두 모인 셈이다.
영상자료실이 비좁을 정도였다.
'대가야문화권'을 제대로 개발, 보존하자는 취지의 토론회였다.
이태근 군수는 "대가야문화권 개발이 바로 지역혁신 어젠다(의제)"라며 "국책사업으로 지정돼야 올곧게 추진할 수 있다"고 목청을 높였다.
또 "고령을 비롯해 합천 달성 성주 등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제대로 된 역사복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문구 총무과장은 "조례개정을 통해 고령읍내 각종 신축 건물, 도로를 고풍스럽게 꾸며 대가야 고도의 향기를 뿜어내자"고 제안했다.
박지수 기획감사실장은 "숙박, 음식점, 레포츠시설을 보강해 스쳐 가는 곳이 아니라 머무는 관광지로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김의용 쌍림면장은 "대가야권 지자체의 단합을 위해 공동 축제를 마련하자"고 제의했고, 정무상 우곡면장은 "합천 야철지를 활용한 이벤트 등 대가야의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2시간 동안 진행된 토론회에서는 대가야문화권 관광 활성화, 문화유적지와 관광지를 연결하는 순환코스 마련, 국책사업화 등에 관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쏟아졌다.
고령군은 최근 대가야 역사와 문화를 종합, 전시할 '대가야박물관'(고령읍 지산리 460)을 완공, 올해 안에 문을 연다.
박물관은 지난 2000년 고령 지산동 44호 무덤을 재현한 '대가야왕릉전시관'과 올 연말 개관할 '대가야역사관'으로 구성됐다.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역사관은 기획 및 상설 전시실, 어린이 체험실, 특별 및 일반 수장고, 영상실, 강당, 야외 민속놀이 시설 등으로 꾸며졌다.
신종환 대가야박물관장은 "고령 출토 유물 전체를 전시, 대가야 역사를 한눈에 볼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한 사회교육 프로그램을 적극 활용해 국민들이 고대 역사와 문화에 친근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고령군은 또 고령읍 지산리 471의 1 일대 4만7천여평에 대가야 문화를 체험할 수 있는 '대가야역사테마관광지' 조성에도 고삐를 죄고 있다.
5월 현재 부지매입, 기본계획, 문화재 시굴조사 등을 완료했으며, 올 11월 착공해 2007년 완공할 계획이다.
여기에는 우륵지 음률로 탄금대 가야산성 흙내음쇠소리터(대장간) 고분터 전통놀이마당 야외전시관 왕터 가야맛마을 가야촌 숯굴가마터 가야장터 등을 복원 또는 재현할 방침이다.
대가야의 찬란한 역사와 문화를 복원하려는 움직임이 민.관에서 불붙고 있다.
문화체험 학습장, 대가야박물관, 우륵박물관, 테마관광단지 등등. 그 땀방울은 이제 하나 둘 결실을 맺고 있다.
고령뿐 아니라 대가야문화권에 속한 지자체의 공동보조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김해중심의 금관가야권에는 가야문화권 개발사업이 국책사업으로 지정되면서 그동안 약 2천억원의 국비가 지원됐다.
하지만 정작 가야문화의 핵심인 대가야권에는 일부 개별사업을 제외하고 정부지원이 미약했다.
대가야권 지역별 연계사업, 대가야 고도의 정취를 살린 도시개발, 우륵 및 가야금의 상징성을 살린 사업, 야로 야철지 복원, 회천(가천, 야천)을 활용한 관광벨트 조성, 정견모주 신단지 복원을 비롯한 건국신화 활용사업 등 대형 프로젝트의 추진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대가야문화권에 대한 종합적인 복원과 보존사업은 민간과 지방자치단체의 힘만으로는 역부족이다.
민간-지자체-학계의 공동노력과 함께 정부차원의 뒷받침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병구기자 kbg@imaeil.com
김인탁(고령)기자 kit@imaeil.com
사진.안상호기자 shah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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