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올 1월부터 50만원 이상 접대비에 대해 접대 대상 인적사항과 접대목적을 공개토록 의무화하는 '접대비 실명제'를 도입한 이후 기업 현장에 갖가지 '신풍속'이 생겨나고 있다. 상한선인 50만원을 피하기 위해 '분할 결제' 등 편법이 성행하는 반면 접대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기회로 삼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는 것.
하지만 유흥업소와 식당, 골프장 등 서비스 업종은 접대비 실명제로 타격이 현실화됐다며 울상짓고 있다.
◇어떤 변화가?
경북의 한 3월말 결산법인은 최근 새로운 회계연도인 지난달부터 '접대비 실명제'가 적용됨에 따라 각 부서에 '지침'을 긴급 시달했다. 12월 결산법인들이 이미 1월부터 적용한 '접대비 실명제' 회피 방안을 벤치마킹, '효과적인 접대'를 하도록 주의를 환기시킨 것.
"이웃 기업 얘기를 들어보니 자주 가는 술집을 정한 뒤, 접대 며칠전 결제금액의 30%를 먼저 카드로 긋고, 당일 30%, 접대 며칠 뒤 나머지를 긋는 방법을 동원하더군요. 갑자기 닥친 접대는 당일 외상, 며칠 후 분할 상환시키는 방법을 씁디다"
이 기업 관계자는 기업 임원이 술김에 한번만에 50만원 이상을 '확 그어버리는' 일을 가장 큰 경계대상으로 삼고 있다고 했다.
모 그룹 임원은 골프접대 기회가 있을 때마다 법인카드 3장을 챙긴다고 했다. 카드 1장을 쓰다가는 50만원을 훌쩍 넘어버리기 일쑤여서 골프장에선 이같은 방법이 접대의 상식이 되고 있다는 것.
이런 가운데 최근 잇따르고 있는 CEO의 임금 인상도 접대비 실명제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 일부 금융기관에서는 CEO의 판공비를 없애고 임금을 인상, 임금 인상분을 아무런 규제없이 접대비로 사용케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대다수 CEO의 연봉이 1억원대 미만인 대구지역도 최근 일부 기업체 대표들의 연봉이 수억원선으로 인상됐는데 전년 대비 인상분을 접대용으로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반면 기업 투명성을 되살리는 기회로 활용된다는 의견도 나타나고 있다. 모 그룹 구미사업장 한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아예 술값의 경우, 접대비 전산 입력이 되지 않게끔 만들어놨다"며 "특수 부서를 제외하고는 대다수 부서의 접대비 사용이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고 말했다.
◇서비스업 울상
"이 일대 술집은 물론이고 고급 음식점들도 난리입니다. 접대비 실명제 때문에 종업원들이 다 놀고 있을 정도로 썰렁합니다"
대구 수성구 두산동의 한 음식점 주인은 불황도 원인이지만 국세청의 접대비 실명제 때문에 가게문을 닫아야할지 모른다고 했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올 1∼4월 국내 위스키 판매량은 90만8천523상자(500㎖ 18병 기준)로 지난해 같은 기간(119만796상자)보다 23.7%나 줄었다.
또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발표자료에 따르면 전국 130개 회원사 골프장의 3월 내장객 수는 94만2천16명으로 지난해 3월(99만4천649명)에 비해 5.29%의 감소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 유흥업소 업주는 "마신 술값이 80만원 가량 나왔을 경우 40만원만 자사 법인 카드로 결제하고 나머지는 하도급업체에 넘기는 경우도 있어 하도급업체들은 접대비 실명제 도입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다"며 "결국 접대비 실명제가 좋은 효과보다는 여러명의 피해자만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제도손질 필요한가
대구상공회의소 한 관계자는 "기업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제한해선 안된다"며 "서비스업종 등 소상공인들의 영업부진도 외면해선 안될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대한상공회의소는 대정부 건의문을 통해 "기업 입장에선 접대비 50만원은 사치 및 향락성 접대가 아닌 경우에도 인원 수에 따라 쉽게 초과할 수 있는 소액인 만큼 업무관련성 입증 금액을 50만원에서 100만원으로 상향조정해 달라"고 요구했다.
반면 조광현 대구 경실련 사무처장은 "우리나라 기업이 투명성에서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만큼 접대비 실명제 등의 장치를 강화, 기업 투명성을 높여야한다"며 "기업은 불필요한 지출을 최소화해야하며 이를 통해 기업내실을 강화해야한다"고 말했다. 황재성기자 jsgold@imaeil.com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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