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촌을 아버지라 불러요"

입력 2004-05-29 10:43:36

해군 부사관이 박봉에도 불구하고 10여년간 조카 2명을 키워 대학까지 진학시킨 소식이 알려지면서 잔잔한 감동을 주고 있다.

해군 6전단에 근무하는 민병완(閔丙完.45) 상사는 지난 91년 강원도 삼척에 살던 형이 지병으로 숨지고 3년 후 형수마저 교통사고로 변을 당하면서 졸지에 고아가 된 당시 11세와 9세이던 조카 금순(22.여)씨와 우기(20)씨를 집으로 데려와 친자식처럼 키웠다.

10여년간 자식처럼 키워 금순씨는 포항 선린대학에, 우기씨는 포항1대학의 어엿한 대학생으로 자랐다.

두 조카를 키우면서 민 상사의 어려움도 컸다.

박봉의 군인 월급으로 노모와 친자식 2명 등 6명의 식구를 돌보기에 경제적으로 쪼들릴 수밖에 없었다.

때문에 부인(45)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 식당 주방일과 할인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돕고 있다.

민 상사는 부모없는 조카들이 혹시 상처를 받을까 싶어 자녀들 학교 졸업식에는 못 가도 조카 졸업식은 빠지지 않고 챙겼다.

이들 부부의 헌신적인 사랑에 힘입어 조카들은 열심히 공부했고, 수시로 장학금을 받아 작은아버지와 숙모를 기쁘게 했다.

우기씨는 금오공대에 합격한 뒤 민 상사가 등록금 마련을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니는 것을 보고 등록을 포기하고 포항1대학(전문대)에 지원, 수시 장학생으로 선발됐다.

금순씨도 고교 졸업후 성적이 좋았는데도 불구하고 1년간 직장을 다니며 스스로 학비를 벌어 대학에 진학했다.

민 상사는 "조카들이 착하고 건강하게 잘 자라줘 별로 한 일이 없었다"며 "먼저 가신 형님 내외분이 어릴 때 조카들을 잘 교육시킨 덕분이며, 조카들을 자식처럼 사랑해 준 집사람에게 고맙다"고 했다.

금순씨는 "아무리 혈육이라고 해도 모른 척하고 지내는 요즘 세상에 부모님처럼 챙겨주시고 대학까지 보내주신작은아버지와 숙모님께 항상 감사함을 느낀다"며 "작은아버지보다는 아버지라는 호칭이 더 좋다"고 했다.

민 상사의 아름다운 사연이 부대내에 알려지면서 부대원들이 민 상사 돕기 모금운동을 벌이려고 했지만 민 상사가 한사코 거부하는 바람에 이뤄지지 못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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