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개원...상반된 풍경 교차

입력 2004-05-29 10:46:48

17대 개원을 앞두고 국회 주변이 어수선하다.

16대를 끝으로 낙향하는 사람들은 이삿짐을 싸느라 분주하고, 새로 국회에 입성하는 이들은 바리바리 싼 짐을 푸느라 바쁘다.

이처럼 요즘 국회는 두 개의 상반된 풍경이 교차한다.

◇떠나는 자

불출마하거나 낙선한 지역 의원들이 거처하던 국회 의원회관은 썰렁하기 이를 데 없다.

버려진 서류다발과 못다 챙긴 짐 꾸러미들로 어수선하다.

국회 사무처가 16대 의원과 보좌진들에게 제공했던 컴퓨터와 프린터, 팩스기기를 모두 회수해간데다 이달 말까지 방을 모두 빼라고 일방 통보까지 했다.

심지어 방을 비우는 쪽의 형편도 고려않고 일부 당선자들이 먼저 짐을 푸는 바람에 실랑이를 벌인 적도 있다.

지역의 불출마한 의원 보좌관은 "가뜩이나 서러운데 무작정 의원회관을 떠나라고 하니 속상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불출마 의원 보좌진의 자리이동 현상도 목격된다.

박승국 의원의 보좌관은 임인배 의원 보좌관으로 스카우트 됐고, 현승일 의원의 보좌관은 김영숙 당선자와 함께 일하게 됐다.

또 박시균.정창화.박재욱 의원실에 있던 일부 보좌진은 이들 의원의 지역구를 승계한 장윤석.김재원.최경환 당선자와 한솥밥을 먹게 됐다.

반면 김만제 의원실의 보좌진들은 이한구 의원에게 가지 않고 김 의원이 만든 '낙동경제포럼'에 둥지를 틀었다.

그나마 일자리를 찾은 사람들은 운이 좋은 편이다.

대부분의 보좌진들은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실업자로 전락할 처지며 신영국.이원형 의원 보좌관은 아예 사업을 하겠다며 국회를 떠났다.

◇살아남은 자

새로운 주인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하다.

모두 13억원을 들여 국회 의원회관 도장 및 도배공사를 끝냈으며 열린우리당 장향숙, 한나라당 정화원 당선자 등 장애인 의원들의 편의를 돕기 위해 국회의사당과 국회도서관 등의 시설개체 작업도 마무리돼 국회 개원만을 기다리고 있다.

17대 국회의 법정 임기는 30일부터 시작되지만 국회 개원은 내달 5일 이뤄진다.

이날 국회 의장과 부의장을 선출한 뒤 개원식은 7일로 잡았다.

당초 5일 개원식을 가질 계획이었으나 재.보궐 선거가 있고 토요일이어서 이틀 뒤로 미뤄진 것이다.

7일 개원식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참석, 개원 연설을 할 예정이며 이어 본회의를 열어 19개 상임위.특위 위원장을 선출한다.

17대 국회가 '상시국회'로 바뀜에 따라 지역구를 떠나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아예 서울에 거처를 정하려는 지역 의원들도 있다.

그러나 그 수는 16대에 비해 훨씬 적다.

'낙하산 공천'을 받아 당선된 지역 초선 대부분이 서울에 집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기껏 '토종'인 이명규.주호영.김재원 당선자 정도만 이에 해당된다.

김 당선자는 "당분간 의원회관에 매트리스를 깔고 지낼 생각"이라고 했고, 주 당선자는 서울 용산구에 오피스텔을 이미 얻어놓았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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