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相生). 어려운 단어다.
요즘 자주 등장한다.
이로 미뤄 어느 쪽 모두 답답하기는 마찬가진가 보다.
어지간히 상극(相剋)이라야지. 그래서 입으로만 상생 상생한다.
상생이 무슨 잘듣는 진통제쯤으로 인식하는 한심한 분위기. 가볍다.
어느 시대나 사회고 갈등과 대립은 있다.
있을 수밖에 없다.
또 있어야 한다.
단지 그 갈등과 대립을 두고 서로 네 탓이라며 삿대질하는 게 탈이다.
그러다 원수가 되는 것이다.
인간이기 때문일까. 갈등과 대립이 없다면 화평도 없다.
화평이 었어야 한다면 그래서 인간에게는 갈등과 대립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이것 때문에 많은 인간들이 고생은 하지만.
어떤 고생? 한 두 가지가 아닐 테다.
이를테면 분노, 복수, 오기, 증오, 허세, 화풀이 그러다 원한까지 몰고 가면 고생은 이루 말이 아니다.
원한. 니체도 말하지 않았는가. 세상에 원한보다 더 빨리 사람을 소진시키는 것은 없다고. 삿대질 하다보면 그저 원한만 쌓이고 그 시대와 사회는 메말라 갈 수밖에 없다.
그래도 좋은가. 어디 상생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묻고싶다.
시내버스 파업도 마찬가지다.
이로 인해 온통 서민들 주름살만 더 깊고 두터워졌다.
버스는 구르고 싶을 게다.
그 잘 구르든 버스가 어느 날 갑자기 멈췄다.
그러나 지금 버스를 구르게 하는 것이 없다.
무엇이 버스를 구르게 할 것인가. 사람인가 기름인가. 과거에는 "오라이"하고 외치는 가냘픈 소녀 차장이라는 현답이 있었지만 지금은 그게 아니다.
갈등과 대립과 화평의 밸런스를 놓쳐 버렸기 때문이다.
왜 놓쳤을까. 왜 버스의 철 덩어리를 녹 쓸게 만들고 있을까.
惡生於心, 還自壤形, 如鐵生垢, 反食其身(악은 사람의 마음에서 나와 도로 사람의 몸을 망친다.
마치 녹이 쇠에서 나서 바로 그 쇠를 먹는 것처럼). 법구경에 나오는 아 짤막한 경구. 쇠를 먹는 녹을 만들어 낸 쇠. 사람을 먹는 갈등과 대립을 만들어 낸 사람. 여기 쇠와 사람에게는 어떤 등식이 성립되고 있다.
상생일까, 상극일까?
콜린 윌슨(Colin Wilson)의 '아웃사이더'라는 책이 있다.
출판된지 어언 반세기를 지났지만 여전히 검사는 칼잡이가 아니라는 이 시대에 한 번 다시 읽어봄직한 책이다.
국내에서도 이미 지난 74년에 번역돼 나왔다.
아웃사이더란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되지만 이 책은 그러나 흔히 감만 잡고 아웃사이더를 머리에 그리는 그런 의미는 적어도 아니다 다시 말하면 흔히 우리들이 즐겨 국외자나 방관자 또는 품위 없이 빙글거리는 문외한들에게 흘기며 쓰는 용어가 아니라는 뜻이다.
저자가 끝머리에서 밝히고 있는 "아웃사이더의 근본문제는 일상의 세계에 대한 본능적인 거부이며, 그 일상의 세계가 무엇인가 지루하고 불만족스럽다고 느끼는 데 있다.
마치 최면술에 걸린 사람이 톱밥을 계란이나 베이컨이라고 믿으면서 먹고 있는 것처럼…"이라는 표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지루하고 불만족스러워 그걸 깨부수고 싶은 지금의 '갈등과 대립'을 여러 방면에서 족집게처럼 찝어 내놓고 있다.
일종의 문화비평서.
갈등과 대립이라지만 그는 우리처럼 결코 야망을 접지 않는 요즘의 두 마리 이무기의 승천 모습을 부끄럽도록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소제목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낭만적 아웃사이더, 자제의 시도, 거룩한 합일, 회로에서의 탈출 등 매우 리드미컬한 사고를 지니지 않고는 읽기에 부담을 줄 정도로 이지적이다.
그렇지만 이해하기 힘든 구석은 별로 없다.
번뜩이는 그의 두뇌작용을 훤히 상상하기에 좋은 문장들도 많아 괜찮은 책이다.
우리가 누릿내나게 느껴지는 그런 아웃사이더의 개념과는 판이하게 다른 젊음과 괴벽, 꽉 찬 자의식, 일탈과 자유스러움, 그리고 아낌없이 던져지는 도전 등. 어떤가.
저자가 이 책을 처녀작으로 냈을 때 겨우 25세의 나이였다지만 그게 중요한 것은 아니다.
우리 주위에서도 요즘 젊은 층들의 책 쓰기가 얼마나 활발한가. 서점에서 가보면 두툼한 책의 저자가 20, 30대라는 사실에 놀란다.
물론 여기에는 큰 가방에 큰 공부의 비약은 금물이다.
책의 무게야 어떻든 용기와 도전에 대한 박수는 필요하다.
그래서 저자는 아웃사이더 기질이라는 당시까지만 해도 아무도 보지 못한 부분을 직시해 버리고 말았다.
마치 인사이더에 대한 냉혹한 선전포고랄까.
날카롭다.
으르고 달래며 상생하자는 우리들의 풍토에서는 어림없는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지만 그러나 지금은 사정이 다르다.
만약 다르지 않다면 우리들은 달라져야 한다.
물어보자. 그대는 진정 아웃사이더인가 인사이더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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