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공부 어떻게 시키나

입력 2004-05-28 09:21:37

'어떻게 하면 자녀를 잘 키울 수 있을까' 하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부모들에게 던져지는 최대의 명제다.

문제는 시대와 지역을 관통하는 정답이 없다는 것. 더구나 오늘날처럼 세계가 복잡.다양해지고 자녀의 특기나 소질을 어디에 맞춰야 할 지 혼란스런 시대엔 해답을 얻기가 더욱 어렵다.

21일 저녁 7시. 포항문화예술회관 대강당에서는 실마리를 찾을 만한 행사가 열렸다.

'내 아이 공부 어떻게 해야 하나'는 제목의 자녀교육 특강. 매일신문사가 주최한 이날 행사는 윤일현 송원학원 진학지도실장의 강연과 참가 학부모들의 질문이 이어지면서 3시간 넘게 진행됐다.

내용을 정리, 소개한다.

◇미래를 예견하라

자녀가 살아갈 시대를 그려보고 그 사회에 가장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야말로 부모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이다.

조만간 다가올 지식산업사회에 대한 학자들의 예견은 비슷하게 모아진다.

부모로선 이를 파악하는 일이 중요하다.

윤일현 실장은 다양한 종류의 책들을 예로 들며 미래사회에서 상위 계층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사람들을 지식정보 엘리트, 유능한 프리에이전트, 재능 있는 개인 등으로 정리했다.

자신이 맡은 분야에서 대체로 상위 5%에 드는 능력을 갖춘 이들이다.

단순히 공부만 잘 하는 수능 1등급(상위4%)이 아니라 소질과 적성이 있는 전문 분야에서의 상위 1등급을 말한다.

윤 실장은 "국.영.수 못 한다고 공부시키기를 포기하는 부모야말로 어리석다"며 "내 아이가 미래에 과연 무엇을 잘 하며 살 수 있을지 내다볼 줄 알아야 한다"고 했다.

학부모들은 "아이의 적성과 소질을 어떻게 파악해야 할 지 너무 어렵다"고 호소했다.

사회에는 믿을 만한 진로 지도 전문가가 거의 없고, 학교는 선택과 집중을 강조하면서 정작 진로.적성 발굴에 소홀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교육 방법을 연구하라

윤 실장은 올바른 자녀 교육을 위해서는 부모가 먼저 여러 가지 교육 방법을 알아보고 내 아이에게 어떻게 적용할 지 연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했다.

가령 이해와 암기 방법, 효율적인 책 읽기, 문제 풀이 방법, 예습과 복습의 의미 등을 그저 교사나 학원 강사의 일로 치부해선 안 된다는 것. 시중에 나온 공부 방법, 자녀 교육법 관련 서적에 무턱대고 의존하는 것도 마찬가지.

그는 길고 어렵지만 당장 실천해볼 만한 교육 방법을 소개했다

자녀에게 가장 먼저 길러줘야 할 것은 독서 능력. 풍부한 독서를 통해 자녀는 자신의 삶을 통찰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학습 능력, 감수성 등을 키울 수 있다.

교과서에 매달리고 학원 강의나 과외를 받아서 생기는 능력은 점수 따기 실력에 불과하다.

독서와 표현 능력 향상을 위해 정기적인 가족회의를 권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씩 각자가 책이나 신문, 잡지 등에서 본 인상적인 내용을 복사해서 돌려보는 형태. 느낌이 어떠냐고 물어볼 필요도 없다.

시간이 지나면 서로가 어떤 분야에 관심 있고, 어떤 데서 감동받는지 절로 알게 된다.

그는 "초.중학생 단계에서 2, 3년 정도만 꾸준히 해 보면 놀라울 정도의 변화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또 스스로 공부하고 독서할 수 있는 자기주도형 습관을 들여 주는 것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 위한 부모의 자세로 공부의 동기와 필요를 발견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토론하기, 때와 상황에 적절하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는 일 등을 제시했다.

◇인내하며 꿈을 키워주라

윤 실장은 우리나라 부모들이 가장 떨쳐야 할 자세로 조급함을 이야기했다.

이웃 아이들의 성취를 궁금해하고 무조건 또래보다 낫기를 원하는 태도로는 자녀를 망치기 십상이다.

시험 점수 몇 점 올리기 위해 과외교사부터 찾는 건 지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가정과 부모는 자녀가 잘 할 때보다 힘들고 어려워할 때 힘이 돼 줘야 합니다.

최선을 다해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결과에 승복하며, 더 나은 내일을 내다볼 수 있는 낙관적 자세를 갖게 해야 합니다".

그는 가정에 꿈을 만들라고 강조했다.

가족 모두가 각자의 꿈을 꾸고, 꿈을 이룰 수 있도록 서로 기원하며, 가족의 사랑을 쌓는 것이 최고의 교육법이라는 것.

"꿈은 외부적인 힘 없이도 몇 배의 에너지와 능력을 생기게 해 주는 신비한 힘이 있습니다.

부모가 먼저 꿈꿔야 자녀도 꿈을 갖습니다.

부모가 자신의 꿈을 추구해갈 때 자녀도 감동하며 이를 따르게 됩니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