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안되겠습니다

입력 2004-05-26 11:35:01

대구시교육청과 경북도교육청이 난치병 학생 돕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신문과 방송에 난치병 학생사연도 여러 번 소개됐다. 가슴 아픈 사연을 알리고 동참을 호소하기 위해서다.

이번에는 난치병 치료를 끝낸 학생을 소개해 현재 난치병을 앓고 있는 학생과 그 가족에게 희망을 전하기로 했다. 다행히 경북도내에는 도교육청의 지원으로 난치병 치료를 받은 학생이 42명이나 된다.

도교육청의 소개로 치료를 끝낸 여러 학생의 부모들과 접촉했다. 그러나 한결같이 인터뷰를 거절했다. 휴대전화를 댄 귀가 뜨거울 정도로 취지를 설명했지만 대답은 "미안하지만 안되겠다"였다.

결국 한 아버지와 통화를 끝으로 '난치병을 이겨낸 학생기사'를 포기했다. "도교육청으로부터 5천만원을 지원받아 우리 아들을 살렸습니다. 저도 도리를 아는 사람입니다. 병마와 투쟁하는 학생과 그 가족에게 희망을 주자는 취지에도 공감합니다. 하지만 안되겠습니다".

아버지는 아이의 목숨을 살릴 수 있다면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다고 했다. 그러나 무사히 수술을 끝내자 또다른 바람이 생겼다. 아이가 다른 건강한 아이들과 장난치고 어울리는 모습이 보고 싶어진 것이다. 난치병을 앓았던 사실이 알려지면 친구들이 기피하지 않을까 걱정도 됐다. 아이가 자라서 결혼할 때 과거 병력이 지장을 주지 않을까 벌써부터 걱정이라고 했다.

취재는 실패했지만 그러나 그것이 부모 마음이었다. 자식을 위해서라면 어떤 욕이든 감수하겠다는 게 부모의 마음이다.

그러니 난치병 앞에 쓰러지는 자식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가난한 아버지, 어머니의 마음은 오죽할까.

조두진(사회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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