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문화, 삶의 소통

입력 2004-05-26 09:00:51

며칠전 칸 영화제에서 우리영화가 큰 상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우리 영화에 대한 이야기로 문화계가 떠들썩하다.

요즘 우리 문화상품들이 정말 잘 나간다.

몇 년 전부터 한류라는 이름으로 우리의 가요와 텔레비전 드라마들이 중국을 비롯하여 동남아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소식을 매스컴을 통해서 자주 들어왔지만 나는 별로 흥미를 느끼지 못했었다.

왜냐하면 그것은 단지 대중의 인기를 모으기 위한 목적으로 철저하게 기획되고 조작된 신기루 같은 환상을 통한 상업적 성공 정도로만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우리 영화의 거듭되는 큰 성공들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새로운 생각들을 가지게 된다.

'올드보이'의 칸 영화제 수상은 몇 가지 큰 의미를 찾아볼 수 있게 한다.

그 중에 하나 우리가 꼭 주목해야 할 것이 바로 우리의 문화상품의 상업적 성공뿐만 아니라 내용에서의 큰 성공일 것이다.

이는 곧 작품성을 국제적으로 공인받았다는 것을 의미하며 아울러 우리 문화가 정서적으로 국제적인 설득력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구촌 한구석의 변방에 머물던 우리문화가 당당히 세계성을 획득하여 그 중심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는 쾌거라 하겠다.

작곡을 하는 나로서는 영화의 이런 눈부신 성공을 보면서 큰 부러움과 부끄러움을 동시에 느낀다.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진부함의 극치로 여겨졌던, 그래서 한국영화를 본다는 것은 착오적인 시간 낭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보편화되어 있었던 바로 그 한국영화가 불과 10여 년 만에 이런 획기적인 변신과 비약적인 성공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정말 경이 그 자체이다.

우리 영화의 이 같은 눈부신 성공의 요인은 바로 우리의 삶과 정서의 반영에 있다고 생각한다.

내게 우리 영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했던 '초록물고기'나 '넘버3'라는 껄렁한 영화 속에서 나는 처음 이런 점을 보았다.

우리 영화가 현재의 우리 음악계처럼 외국의 고전만을 신앙처럼 숭배하고 그들의 정서와 문화를 흉내 내는 것에 집착하고 있었다면 오늘과 같은 이런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을까? 대답은 단호히 '아니다'이다.

우리 음악계는 언제쯤 이런 세계성에 눈을 뜨게 될지 참 걱정스럽다.

이상만 작곡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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