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신과 같은 바이올린을 잃어버렸을 때에는 꿈도 잃었습니다.
악기와 꿈을 함께 되찾았습니다".
20일 오후 경산경찰서 형사계 사무실에는 두 명의 음대생들이 5~8년 동안 함께 호흡했던 바이올린을 되찾게 되자 왈칵 울음을 터뜨렸다.
워낙 고가의 바이올린이다보니 잃어버리고도 새로 구입할 형편이 못됐기 때문에 그동안 마음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계명대 음악대학 관현악과 2학년 윤슬기(19)양은 중학교 2학년때 3천만원을 주고 구입한 이탈리아산 바이올린을 작년 5월 하순 도난당했다.
음악대학 연습실에 두고 시험을 치르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새 없어진 것.
"일주일이 지나도록 잃어버렸다는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습니다.
억장이 무너진다는 것이 이런 것이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죠". 동료, 선배들과 함께 음악대학 곳곳을 찾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혹시나 자신의 악기가 악기사에 매물로 나오면 연락해 달라고 대구시내 악기사마다 직접 찾아가 전단지를 돌렸다.
서울에 있는 악기사에는 팩스로 전단지를 보내고 협조를 구했다.
"아버지의 사업실패로 가정 형편이 어려워져 다시 바이올린을 살 수 없었습니다.
분신인 악기만 찾는다면 훔쳐간 범인도 용서할 수 있다고 할 정도로 되찾고 싶었습니다".
지난 2월 영남대 음악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 진학을 준비 중인 김신영(23.여)씨도 작년 9월초 대낮에 연습실에 악기를 두고 5분 정도 자리를 비운 새 바이올린을 잃어버렸다.
"하늘이 무너지는 심정이었죠. 악기를 잃어버린 것을 알았을 때 제 꿈도 무너지는 것 같았습니다". 김씨는 그동안 고교때 바이올린 레슨을 받았던 선생님의 악기로 연습을 해야만 했다.
이들 음대생들이 악기를 되찾게 된 것은 경산경찰서 강력1반 반장인 최병태(42) 경사와 박인권(34) 경사, 주동석(35) 경장 등의 끈질긴 수사 덕분에 가능했다.
대구.경산지역 대학도서관 등에서 전자사전, 가방 등이 자주 없어진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착수했고, 결국 지난달 17일 대구대 도서관에서 학생 행세를 하며 물품을 훔치려는 박모(34.대구시 북구 산격동)씨를 붙잡았다.
여죄를 추궁한 끝에 13개월 동안 120여회에 걸쳐 시가 1억5천만원 상당의 물건을 훔친 것을 확인하고 구속했다.
강력1반 형사들은 피해품 회수를 위해 한달 동안 틈틈이 전국을 돌며 10건의 물품을 압수해 주인에게 돌려주었다.
최병태 반장은 "저마다 사연이 담긴 물품들을 찾아 피해자들에게 돌려주었을 때 큰 보람을 느꼈다"며 "다만 물건을 잃어버리고도 신고를 하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나경원 "李 장남 결혼, 비공개라며 계좌는 왜?…위선·기만"
이 대통령 지지율 58.6%…부정 평가 34.2%
트럼프 조기 귀국에 한미 정상회담 불발…"美측서 양해"
"재산 70억 주진우가 2억 김민석 심판?…자신 있나" 與박선원 반박
김민석 "벌거벗겨진 것 같다는 아내, 눈에 실핏줄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