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얍! 액션을 날려주마

입력 2004-05-20 09:09:58

액션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 반색할 만한 국내외 두 편의 영화가 5월 극장가를 찾는다.

거장 임권택 감독의 99번째 연출작 '하류인생'에서 우리시대 주먹들의 풍류를 느끼고, '옹박-무에타이의 후예'를 통해 멀리 태국에서 날아온 색다른 무술에 젖어보자.

◆하류인생

21일 개봉하는 영화 '하류인생'은 임권택 감독이라는 크레디트만으로도 관심이 쏠린다.

여기에 그의 오랜 파트너인 영화제작자 이태원 사장과 칠순의 노장 정일성 촬영감독, 그리고 한국 록의 대부 신중현까지 가세했다니. 임 감독의 99번째 연출작인 이 영화는 그들이 함께 함으로써 아흔 아홉이라는 이 '위대한 미완의 숫자'가 가지는 의미를 배가시킨다.

영화의 기본 얼개는 1950~1970년대 '탁류의 시대'를 살았던 우리 아버지 세대들의 젊은 시절 이야기다.

고교 3년생인 태웅(조승우)은 친구의 복수를 하는 과정에서 승문(유하준)의 누나 혜옥(김민선)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타고난 싸움 실력 덕분에 암흑가에서 알아주는 '주먹'이 된 그는 혜옥과 결혼한 후 5.16 군사정권이 출범하자 군납업자와 영화제작자로 변신한다.

어찌 보면 이 영화는 임 감독이 자신과 14편의 작품을 함께한 이태원 사장에 대한 헌사(獻辭)로도 읽힌다.

감독 스스로 "모두 실제 이야기다.

거짓말은 하나도 없다"고 밝힌 대로 영화 곳곳에서 이태원 사장의 삶과 발자취들을 쉽게 찾을 수 있다.

영화 속에서 태웅이 어렵사리 완성한 첫 영화의 필름을 불태우는 장면이나 영화사업에 뛰어들기 전 미군 군납업과 건설업에 손을 댔다는 점 등등….

이 사실을 논외로 친다면 영화는 당시 격변의 시대를 살아낸 한 세대의 초상화라고 해석할 수 있다.

임 감독, 이태원 사장, 정일성 촬영감독, 신중현 등 비슷한 시기의 터널을 함께 공유했던 그들의 아름다운 추억담은 아닐까. 그래서인지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주는 첫 번째 선물은 '시간여행의 즐거움'이다.

당시 서울의 중심부였던 명동을 그대로 되살려낸 세트와 소품들은 아련한 추억의 즐거움을 전한다.

'이유없는 반항', '마부' 등 당시 흥행작들의 간판이 내걸린 명동 미도극장과 여배우와 관련된 에피소드 등 그 시절 영화판을 살짝 엿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또 음악감독으로 가세한 신중현의 히트곡 '님은 먼 곳에' 등 당대의 유행가를 배경음악으로 만나는 즐거움도 놓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영화는 배경이 격동의 시대인 만큼 대단히 빠르고 힘차게 진행되지만, 회색과 파란색 톤이 주조를 이루며 매우 투박하게 느껴진다.

제작에 참여한 '4총사'들이 공감하는 과거의 아픈 기억은 아닐까. 상영시간 106분, 15세 이상 관람가.

◆옹박-무에타이의 후예

기가 막힌다.

공중에서 세 바퀴 도는 것은 기본이고, 발차기는 거의 예술이다.

게다가 자동차 한 대는 제자리에서 뛰어넘을 정도로 잽싸다.

이 영화의 컨셉인 'NO 와이어, NO CG'가 사실이라면 주인공역을 맡은 친구가 진짜 인간일지 의심될 정도이다.

'이소룡은 죽었다.

성룡은 지쳤다.

이연걸은 약하다.

전 세계가 기다려온 새로운 액션영웅, 토니 자가 왔다'로 거창하게 시작되는 태국영화 '옹박-무에타이의 후예'(프란차야 핀카엡 감독)가 오는 26일 드디어 국내팬들을 찾는다.

최근 이종격투기 열풍과 함께 프랑스 감독 뤽 베송이 이 영화에 매료돼 직접 편집까지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국내에서도 개봉날짜만 꼽고 있는 것.

영화의 줄거리는 굳이 '스토리'라고 말할 것도 없이 간단하다.

태국의 한 시골마을에서 보물로 모셔진 부처상 '옹박'의 머리를 도둑맞으면서 영화는 시작된다.

대대로 소중히 모셔온 부처상의 머리가 없어진 만큼 마을은 이내 흉년이 들고 가뭄으로 우물까지 마른다.

결국 마을사람들은 오랫동안 무에타이를 수련해온 '팅'(토니 자)을 방콕으로 보내 불상의 머리를 되찾아오게 하는데...

스토리만으로는 왜 이 영화에 열광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게다가 익숙하지 않아 더 시끄럽게 들리는 태국어 대사가 아니었다면 예전 진부한 홍콩 영화를 연상케 할 정도인데.

그러나 영화가 매력적인 이유는 주인공 토니 자의 생생한 액션 때문이다.

단 한 줄의 와이어도, 한 컷의 CG도 없이 시종일관 허공을 날아다니다시피하는 그의 모습은 리얼 액션을 흠모하는 요즘 세대들의 기호에 딱 맞는다.

할리우드 영화의 대역배우 출신인 그가 이 영화에 발탁된 것도 20년 동안 하루 10시간씩 태국의 전통무예인 무에타이를 단련했기에 가능했다.

전성기의 청룽(성룡)을 능가하는 도심 무협이나 잔인할 정도로 폭력적인 무에타이를 구사하는 그의 모습은 박진감이 넘치다 못해 실감난다.

자동차나 웬만한 벽쯤은 카메라 장난질 없이 한번에 뛰어넘고, 팔꿈치로 상대방의 정수리를 내려찍는 무에타이 장면은 CG나 와이어 액션에 식상한 관객들에게 톡 쏘는 청량제다.

요즘 국내에서 리샤우룽(이소룡)에 대한 회고가 일고, 청룽(성룡)이나 리롄제(이연걸)의 최근작들이 별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토니 자의 '리얼 액션'은 과연 그들을 능가할 수 있을까. 상영시간 100분, 15세 이상 관람가.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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