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남 과도체제 순항할까>

입력 2004-05-19 11:55:05

열린우리당 신기남(辛基南) 의장의 '과도체제'가

19일 본격 출범한 가운데 거대 여당을 형성하는 각 계파가 목소리를 낮추고 있다.

신 의장과 천정배(千正培) 원내대표 '투톱'으로 간판을 바꾼 당권파와 원내대표

경선에서 패한 재야파는 물론, 양대 세력의 중간에서 균형추 역할을 하는 범친노파

도 분화를 멈춘 채 관망하는 양상이다.

친노파 중 유시민(柳時敏) 의원의 개혁당그룹이 당권 견제심리를 공개적으로 표

출할 뿐 김원기(金元基) 문희상(文喜相) 정치특보의 중진그룹과 이강철(李康哲) 국

참본부장.조경태(趙慶泰) 당선자의 영남그룹은 정중동(靜中動)이다.

원내대표 경선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미쳤던 염동연(廉東淵) 당선자의 호남그룹

도 가칭 '열린정치모임'으로 정한 계파 회동을 당분간 갖지 않기로 하는 등 신중한

모습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단 신 의장의 '몸낮추기'를 의식한 것이란 분석이다. 신 의장

은 이날 스스로 "내년초까지 100년 이상 가는 단단한 정당의 기초를 닦는 게 나의

임무"라고 자신의 역할을 규정하고 "중앙위원회가 당의 중심으로 위상을 잡을 수 있

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당의 최고의사결정 과정에서 의장에게 주어진 권한을 행사하는 리더보다 민주적

절차를 통해 의견을 수렴하는 조정자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신 의장이 원내대표 경선에서 이해찬(李海瓚) 의원을 지지한 김부겸(金富謙) 의

원을 삼고초려 끝에 비서실장에 기용한 것은 "오케스트라 지휘자처럼 융합해 시너지

를 내는 게 우선적 과제"라는 그의 상황 인식에서 출발한다.

여권 핵심부의 기류도 '안정'을 원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청와대의 창구역인 문

희상 당선자가 최근 "당이 오만하면 안된다"며 분열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선 배경에

도 노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있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관망세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예단하기가 어렵다. 현재는 각 계파가 반

발을 의식해 단합을 강조하고 있지만, 차기 대권 주자인 정동영(鄭東泳) 전 의장과

김근태(金槿泰) 전 원내대표의 입각시 힘의 공백을 노리는 '잠룡'들의 각개약진이

본격화될 경우 계파 갈등이 노골적으로 표면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다.

특히 신 의장 취임 후 단행될 첫 당직 개편과 천 원내대표의 상임위 배정은 계

파들간에 직.간접적인 이해관계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과도체제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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