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푸드 중국음식-영화 속 주인공처럼

입력 2004-05-18 13:39:04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당신, 오늘도 당신 지쳐있나요? 의미 없어 보이는 하루하루의 삶에 지쳐가고 그러면서도 다시 살아가는 우리네 모습은, 시지프스의 그것을 너무도 쏘옥 빼닮았습니다. 또 다시 굴러 떨어질 바위를 저 산 위로 올리는 반복되는 일들 속에서 시지프스, 그는 아마 '오늘은 이 길로, 내일은 저 길로 이 바위를 올려볼 테야!' 하면서 나름의 즐거움을 찾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책이나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 수다를 떨고, 술도 한 잔 하는 이유는 아마 또 다시 끌어 올려야할 바위의 무게 탓이기도 할 테고, 나름의 즐거움을 찾는 방식이기도 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일상에 지친 그대에게, 심심할 때, 영화 속 주인공처럼 무언가를 해보라고 하고 싶네요.

영화 속에서 주인공들이 중국음식이라며 작은 상자를 들고 젓가락으로 음식을 먹는 장면 본 적 없나요? 도시 생활에는 '빠른 것'과 '간편한 것'이 필수적이어서 그런지 외국의 도시 생활이 나올 때면 간혹 등장하는 장면이죠. 종이 상자에 담긴 중국음식, 저에게는 그게 참 신기했어요. 어느 날, 테이크아웃 중국음식점을 발견했을 때 그냥 지나칠 수 없었을 만큼이나.

영화를 보고 나오는 길이었어요. 갑자기 "뉴욕스타일 차이니즈 푸드"가 눈에 팍 와서 꽂히는 거예요. 우스운 이야기지만, 음식보다 '포츈쿠키'가 마음에 더 콱 와 닿았죠. 제가 외국에 잠시 나가있을 때 느꼈던 향수를 일깨웠다고나 할까요? 포츈쿠키란 후식으로 나오는 과자인데요, 과자 속에 하루의 운세를 보여주는 메시지가 들어있거든요. 허무맹랑한 한 두 문장이 주는 재미와 새로운 포장이 주는 이미지에 그만 홀려 버렸답니다. 식당 안에 앉아 음식을 먹을 수도 있는데, 저는 꼭 포장을 해달라고 했어요. 영화 속 주인공처럼 해 보고 싶어서였죠. 마음에 그리던 테이크아웃 중국음식점을 발견한 기쁨에, 기분에 들떠 혼자서는 도저히 먹을 수 없는 양을 사 버렸죠. 그리곤 사무실로 달려와 동료들에게 마치 선물인양 풀어 놓았어요. 자신들을 위해 준비한 줄 알고 어찌나 감동들을 하던지……

음식들을 있는 대로 풀어놓고, 각자의 밥이 담긴 종이박스를 들고 젓가락질을 시작했어요. 처음에 맛본 새우 프라이드 누들은 데리야끼 소스 때문인지 좀 많이 달았어요. 그래도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지만. 그리고 칠리새우는 매울 것이라는 저의 기대를 확 저버리고 실망. 그리고 계속되는 오렌지 치킨, 몽골리안 비프, 갈릭앤페퍼 치킨, 레몬 포크, 고추장 바비큐 요리. 오렌지 치킨은 탕수육이랑 비슷한 소스에 돼지고기 대신 닭고기가 들어간 것이었구요, 몽골리안 비프는 간장 양념된 쇠고기와 중국부추를 볶은 것, 갈릭앤페퍼 치킨은 중식의 라조기랑 비슷했어요. 레몬 포크는 탕수육과 비슷한데 레몬향을 듬뿍 담았구요, 고추장 바베큐는 말 그대로 고추장 구이였습니다. 음식들은 모두, 뉴욕식이라 그런지 전체적으로 단맛이 강한 편이었지만, 맛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정도였어요.

작고 예쁜 사각통 하나하나에 음식이 하나씩 들어 있었어요. 볶음밥에 반찬(?)으로 각각의 음식을 하나 혹은 둘을 선택할 수 있는데, 혼자서도 다양한 퓨전 중식을 맛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더군요. 중국 요리집에 가면, 음식량이 너무 많아서 혼자서는 잘 못 먹잖아요. 거기다 자스민차와 후식용 포춘쿠키까지…… 생색도 내고, 좋은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고, 그리고 영화를 보며 막연히 동경하던 짓(?)도 해보았으니, 여러모로 기분 좋은 한 끼 식사였답니다.

유난히 푹푹찌는 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대구, 그래도 뜨겁게 내리쬐는 햇살이 그리 싫지만은 않은 건, 가는 곳곳마다 마주하는 싱싱한 초록들 때문이죠. 눈부신 햇살과 살랑 부는 바람이 조화를 이룬 날이면, 공원에 앉아 행인들을 바라만 보고 있어도 행복감이 밀려들지 않나요? 동행이 있어도 좋고, 배를 채울 음식이 있으면 더욱 느긋하고 좋을 것 같은데, 그런 여유를 조금 만들어, 이번에 소개한 음식을 들고 나들이 가보는 건 어떨까요?

* 음식점 정보 : Chinez2go

* 음식점 위치 : MMC만경관 건물 1층

* 음식 메뉴 : 싱글메뉴(볶음밥+음식1) 4천5백원

콤보메뉴(볶음밥+정해진 음식2) 5천5백원

* 종류 : 오렌지 치킨, 레몬 포크, 몽골리안 비프, 투고페퍼스테이크, 칠리새우, 갈릭앤페퍼치킨, 치킨 데리야끼, 고추장 바비큐

* 별점 (5별 만점)

* 음식맛 : 종류에 따라 ★☆ ~ ★★★ (선택 잘 하세요~ ㅋㅋ)

* 음식먹는 재미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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