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인면수심 치과원장

입력 2004-05-18 13:52:45

"미스코리아가 되려면 이쯤은…".

미모의 여성들을 유혹, 미스코리아 대회에 출전시켜 주겠다며 상습 성폭행한 혐의로 17일 경찰에 구속된 치과 의사 서모씨(45)는 평소 '미스코리아 치과 원장'으로 유명세를 타 온 것으로 알려졌다.

2001년부터 그가 치아관리를 해온 7명의 여성중 4명이 미스코리아 대회에 입상한 경력을 갖고 있기 때문. 서씨는 여성 7명을 6개월 가량 성폭행한 혐의를 받고 있지만 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경찰이 피해자를 설득, 진술서를 받은 이가 7명뿐인 탓이다.

경찰이 서씨로부터 압수한 디지털 카메라와 캠코더에 담긴 성폭행 당한 여성이 20여명에 이르며 그의 수첩에는 무려 170여명에 이르는 여성이름이 나왔다.

김씨가 손쉽게 10대 후반과 20대 초반 여성들을 유혹할 수 있었던 것은 의사라는 신분과 미스코리아를 배출한 경력을 이용했기 때문. 함께 구속된 내연녀 최모(25)씨가 동성로에서 지나가는 여성을 상대로 '몸매가 좋은데 미스코리아를 시켜주겠다'며 접근하면 서씨는 이들을 자신의 링컨 콘티넨털 승용차에 태운 뒤 실제 미스코리아에 입상한 여성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유혹의 손길을 내민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사회의 외모 지상주의와 '나도 벼락스타가 될 수 있다'고 꿈꾸는 젊은 여성들의 심리를 이용해 온 셈이다.

한편 서씨가 저지른 성범죄 또한 엽기적이어서 경찰을 놀라게 했다.

'미스코리아가 되려면 부인병검사를 해야 한다'며 옷을 벗게 한 뒤 '피부가 고와지는 주사'라고 속여 마취제를 투입해 정신을 잃게 한 뒤 나체 사진을 찍거나 성폭행해 왔으며 범행 장소도 자신의 병원과 노래방, 모텔 등을 가리지 않았다.

지난 90년대 초반 지방선거에 출마한 경력을 가진 서씨는 경찰구속 이후 기자들에게 '미스코리아를 배출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며 '흥미위주의 기사를 자제해 달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또 최씨는 "미스코리아 대회에서 떨어진 이들이 불만을 품고 허위사실을 주장하고 있다"는 뻔뻔한 주장을 펼쳐 경찰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우리 사회의 일그러진 한 단면을 보여주는 듯한 사건이다.

이재협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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