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2백억불 금자탑 구미-(13)투자유치기획단

입력 2004-05-18 09:21:55

김관용(金寬容) 구미시장은 "구미는 산업도시다.

좋은 기업들을 유치하고 기업들의 민원을 친절.신속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직원이 능력 있는 공무원이다.

시장도 기업체 업무라면 팔을 걷겠다"고 틈만 나면 강조한다.

국내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각종 규제 때문에 한국을 떠나는 기업들이 늘고 있는 상황에서 구미시는 최근 일본 도레이, 독일의 ZF사 등 세계 굴지의 회사들로부터 8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이끌어 냈다.

지금도 2, 3개 국가와 약 5억달러 규모의 투자협상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수출 200억달러의 대기록을 세운 구미공단이 다시 200만평 규모의 4공단을 새로 펼쳐놓고 수출 300억달러의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투자유치기획단이 있다.

지난해 초 구미시청 투자통상 관련부서는 일본 도레이사가 한국.중국.대만 가운데 1개 국가에 4억, 5억달러 규모의 투자를 검토하고 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된다.

도레이사는 이미 구미 3공단에 지난 1999년 새한과 합작법인인 도레이 새한을 설립, FILM.PDP필터.부직포.섬유류(의료용) 등을 생산해 지난해 4천777억원(세전이익 515억원)의 매출을 올린 회사다.

연매출액이 1조엔(10조원) 수준으로 일본내 121개사, 해외에 98개사의 법인을 갖고 최근 필름시장에서 미국 듀폰사를 앞지르고 랭킹 1위를 차지하는 등 세계적인 종합화학.IT신소재 개발회사로 정평이 나 있다.

이같은 정보를 김관용 시장에게 즉각 보고한 투자통상부서는 철통 같은 보안속에 현지법인 도레이 새한과 산자부, KOTRA, 도레이 본사, 심지어 일본 대사관 등을 통해 소문의 진위 파악 등 소위 '작전'에 나섰다.

도레이사의 한국 투자계획은 사실이었다.

여러 채널을 통해 도레이사의 문을 두드리기 시작한 지 한달여만에 도레이사쪽에서 방문해도 좋다는 낭보가 전해졌다.

작년 3월12일. 김관용 시장은 이의근 경북지사와 도레이사의 구미공단 현지법인 이영관 대표 등으로 투자유치단을 구성하고 도레이의 본사가 있는 도쿄로 날아갔다.

김 시장은 도레이사 사카키바라 사장과의 구미공단 투자에 대한 마라톤 협상에서 좋은 인상을 남기고 돌아왔다.

5개월 만인 같은해 8월26일 사카키바라 사장이 구미시를 답방한 자리에서 3억달러 규모의 투자의사를 밝혔다.

구미시는 작년 10월 채동익(蔡東益) 경제통상국장이 진두지휘하고 박종우(朴鍾佑.46.6급)팀장, 통역사(영어.일어.중국어) 3명 등 모두 7명의 정예 멤버들로 구성된 투자유치기획단을 출범시키고 도레이사에 대한 공략을 집요하게 벌였다.

결국 올 2월5일 도레이사의 사카키바라 사장이 다시 구미공단을 방문한 자리에서 당초보다 1억달러가 더 많은 4억달러 규모의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여기에다 오는 2010년 이후 3억5천만달러를 추가해 총 7억5천만달러를 투자할 의사도 밝히는 성과를 얻어내기도 했다.

투자유치기획단 박수원(朴壽源.41.7급)씨는 "특히 중국의 경우 인건비가 싼 데다 중앙정부의 지원이 파격적이고 상.하수도와 전력요금, 세금까지 낮춰주고 있다"면서 "하지만 기초자치단체인 구미시가 이를 물리치고 이룬 도레이사 유치 성공은 산자부, 경북도 등과의 '콤비 플레이'로 엮어낸 작품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30일 자동차 부품업체인 독일 ZF사와 현대모비스의 합작투자사인 ZF렘페더코리아의 1천만달러 구미 4공단 투자유치에 따른 양해각서 체결도 투자유치기획단이 머리를 짜내고 발로 뛴 결과로 평가받고 있다.

특히 세계 25개국 119개 지역에 계열사를 두고 있는 독일 ZF사의 경우는 이미 국내 모 자치단체와 투자양해각서 체결 직전까지 갔다가 구미시 투자유치기획단의 끈질긴 공략으로 결국 구미 4공단으로 발길을 돌렸다는 것이다.

ZF사는 내부적으로 구미공단에 투자는 하되 공장 신축보다는 비어 있는 기존 공장을 임대해 사용키로 하고 작년 12월16일 ZF사의 투자 매니저 마이클 굼펠씨와 현대모비스.KOTRA 관계자 등이 구미공단을 방문해 적당한 공장건물을 찾아 나섰다.

투자유치기획단은 ZF사가 3공단 ㄷ방직업체의 대지 6천500평, 건평 4천200평의 빈 공장 건물을 보증금 평당 10만원에 임대료 평당 월1만5천원에 계약하려 한다는 사실을 알아내고 '4공단 유치'전략수립에 돌입했다.

투자유치기획단의 수장인 채동익 국장은 "4공단 시행사인 수자원공사 공사부장, 산업단지공단본부 입주지원과장, 한국전력 배전과장, 도시가스 영업팀장 등이 포함된 'ZF사 유치지원단'을 풀 가동하는 등 최대한의 지원 의지를 보여준 것이 주효했다"고 털어놨다.

ZF사는 그동안의 공장 임대안을 철회하고 4공단의 9천평에 공장을 신축해 1천만달러를 투자키로 하고 공장신축에 따른 절차를 밟고 있다.

오는 11월부터 자동차 조향장치 부품을 본격 생산해 현대모비스에 공급하게 된다.

이밖에 팔을 걷어붙인 투자유치 노력으로 구미4공단에는 한국옵티컬하이테크, 마이크로하이테크, 코리아스타텍 등 외국기업들이 이미 공장을 준공했거나 착공에 들어가는 등 북적대고 있다.

"최종 후보지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구미시청 공무원들이 보여준 적극적이고 선진적인 투자유치 활동이 구미4공단을 선택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됐습니다.

기업유치를 위한 원스톱(One-Stop) 행정서비스 등은 초일류 기업과 다를 게 전혀 없었습니다" 구미.김성우기자 swki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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