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는…' 칸영화제 공식 기자회견 열려

입력 2004-05-18 08:13:01

제57회 칸국제영화제의 공식경쟁부문에서 황금종려상을 노리는 홍상수 감독의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가 17일 낮(현지시각) 팔레 드 페스티벌에서 공식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기자들은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에 비해 많지 않은 편이었고, 한국 기자들을 제외하면 카메라 맨을 포함해 약 40여명 정도였으며 기자회견 시간도 45분여에 불과했다.

이날 회견에는 홍상수 감독을 비롯해 유지태, 김태우, 성현아 등의 배우와 프로듀서 핑르 르시앙, 마린 카미츠 씨 등이 참석했다.

외신들은 홍 감독에게 영화제목을 '여자는…'으로 한 계기와 '길게 찍기'(롱테이크)와 즉흥 연기를 고집하는 이유, 영화 속에서의 남자와 여자의 지배관계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물었다.

이에 대해 홍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서 문호(유지태)가 혼자 거리에 나왔을 때 과거의 선화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식의 과거와 미래가 연결된 느낌이 있었다"고 영화 제목에 대해 설명했고, '길게찍기'에 대해서는 "내 영화와 가장 잘 맞는 카메라 워킹이었다"고 답했다.

반면 배우들에 대해 외신들은 '긴 호흡의 연기를 하는게 어렵지 않았느냐', '홍 감독과의 작업은 어떠했는가' 등을 질문했다.

주연배우 유지태는 "감독에게 연기가 마음에 들때까지 6분 이상의 길게찍기를 수차례 계속했다"고 소개하며 "내 인생에서 이 이상의 롱테이크는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제작자 중 한명인 마린 카미츠(marin karmitz)씨는 "홍상수 감독은 관객들에게 화면 밖으로의 자유를 주면서 스스로의 꿈과 상상력을 펼치는 보기 드문 작가"라며 "한국 영화의 프로듀서를 맡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미 16일 현지에서 두 차례의 기자시사회를 가진 바 있는 '여자는…'은 17일 공식시사회와 메인상영회를 남겨두고 있다.

'여자는…'과 '올드보이'등 한국 영화의 수상 여부는 23일 오후(현지시각)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다음은 홍 감독과 참석자들의 회견 일문일답.

--영화제목에 대해 말해 달라. 어디에서 영감을 얻었나.

▲(홍상수)몇년 전 파리의 한 책방에서 우연히 발견한 엽서에서 이 문구를 본 후 시나리오를 쓰다가 제목으로 쓰기로 결정했다.

불교적 화두를 좋아하고 이 제목이 멍하게 사람들을 자극하는 식으로 영화의 한 측면을 표현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선화는 과거의 여자다. 사람들의 기억이 선화를 현재로 불러들이는 셈이다.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문호가 길거리에서 선화가 사라진 것을 보고 '그녀가 어디로 갔을까' 물음을 던지는 장면은 과거의 선화가 미래로 연결된 느낌이었다.

--길게찍기를 특별히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

▲(〃)첫 영화를 찍을 때 커트를 만들어 가는 과정에서 우연히 롱테이크가 선택됐다. 길게 찍기는 공간 속에서의 영화의 요소들을 뛰어 넘는 것이다. 그 안에서 내가 찾고자 하는게 잘 돼서 사용할 뿐이다.

--영화 속에서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지배와 피지배의 관계가 드러나는 것 같다. 여기에 대해 감독은 특별한 관심이 있었는가.

▲(〃) 영화에서 남자, 여자의 지배관계를 얘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 사람의 구체성을 통해 우리가 가지고 있는 상투적이고 위험한, 익숙해진 감정들과 세상을 해석하는 내러티브를 쳐다보게 하고 싶었다.

--배우의 연기 지도에 있어서 즉흥적인 연기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점이 영화에서 어떤 효과를 얻을 수 있나.

▲(〃) (영화를) 만드는 사람마다 최선을 뽑아내는 길이 다르다. 다만 책상 앞에서 준비하는 게 아니라 현장에서 더 많은 것들을 느끼고 그 점들을 사용하는 것을 선호한다는 것이다.

--홍 감독의 영화에 출연한 후 어떤 점에서 변화가 있었나.

▲(김태우)영화가 한 장면에 한 컷인 식으로 길게찍기로 촬영됐다. 길면 7분 정도의 길게찍기를 20번씩 다시 찍었고, 대본은 아침에 나오는데다 감독은 날 것처럼 연기하기를 원해서 굉장히 집중력이 필요했다. 이런 점에서 앞으로의 연기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유지태)감독의 생각이 그날 그날 변할 때가 많았다. 성격상의 디테일한 부분까지 바뀌는 것은 감독의 생각에 의해 좌지우지됐고 우리는 그저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 결과물이 지금의 이 영화다.

(성현아)영화에 입문하는 단계에서 많은 것을 감독과 다른 배우들에게서 배웠다. 이번에 얻은 것들을 바탕으로 앞으로 다른 영화에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연합뉴스)

사진 : 17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57회 칸국제영화제 공식경쟁부문에 출품되어 공식기자회견을 가진 영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출연진들. 왼쪽부터 연출을 맡은 감독 홍상수, 유지태, 성현아, 김태우.(칸=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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