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째 시각장애인 도운 오성고 이종우 교사

입력 2004-05-17 11:41:34

25년째 시각 장애인 봉사활동을 펼쳐온 대구 오성고 이종우 교사.

'장애인 안내 교육'.'장애 체험대회'.'목욕봉사'.'위문잔치' 등 그의 봉사방식은 '몸으로 때우기'이다.

지난 4월 13회로 막을 내린 '시각장애인 등산대회' 때 수건 400장을 준비했던 것을 빼면 봉사활동 25년 동안 돈을 보탠 적은 없었다.

돈 몇 푼 내놓고 물러나 위안 삼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유언이었습니다.

서른을 넘겨 시각장애인이 돼 버린 아버지는 제게 앞 못보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어주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교사가 태어날 당시 이미 시력을 잃었던 아버지는 자식의 얼굴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6세 때부터 아버지의 손을 잡고 길을 안내했던 그는 아버지의 유언에 따라 대학생 시절부터 시각장애인 돕기 활동을 해왔다.

교사가 된 후 1989년부터는 학생들과 함께 시각장애인들을 돕고 있다.

혼자 사는 시각장애 노인을 찾아가 생일축하와 목욕.청소 등 그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한다.

그가 담임을 맡은 반 학생들은 이웃의 시각장애인과 결연을 맺어 무조건 자주 찾아가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처음엔 학생들도 싫어했습니다.

그렇지만 2, 3년 정도 봉사활동을 해본 학생들은 표정이 밝아지고 베푸는 마음을 배우게 되지요. 인성교육에 봉사만큼 좋은 것은 없다고 봅니다". 이종우 교사는 말썽을 피우는 학생들과 우선 상담을 하고 함께 목욕을 하거나 낚시를 간다.

그러고도 나아지지 않으면 장애인 돕기에 참여케 한다.

장애인을 돕는 동안 학생들이 변한다는 것을 체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사정이 허락한다면 부모님과 함께 장애인 가정을 방문토록 해 부모와 자식이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로 만들기도 한다.

"학생들의 장애인 봉사는 사실 학생 자신을 돕는 것입니다.

평생 모르고 살아갈지도 모를 진정한 삶의 가치를 봉사를 통해 배우는 것이니까요". 이 교사는 봉사는 결코 일방적인 행위가 아니라 서로를 돕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한편 15일 이 교사는 지금까지 함께 봉사해온 사람들과 '사랑나눔 후원회'를 발족했다.

미용사, 교사, 사회복지사, 간호사, 사진작가 등 10여명의 봉사자가 10여명의 시각장애인과 결연을 맺은 것이다.

이들이 각자의 전문 분야에서 봉사를 하자는 것이다.

미용사는 이발을, 사회복지사는 상담을, 간호사는 방문치료를, 사진작가는 영정사진을 찍어 줄 요량이다.

각자의 전문분야에서 조금씩 노력을 보태면서 특별한 봉사가 아닌 봉사의 생활화를 이뤄내기 위해서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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