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들만을 대상으로 한 영화관인 '제한상영관'이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14일 대구에서 문을 열었다.
대구시 중구 레드시네마(구 해바라기 극장)와 동성아트홀(구 푸른극장)이 개관, 지난 10일 영상물등급위원회로부터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카트린 브레야 감독의 '로망스'를 개관작으로 상영에 들어갔다.
하지만 국내에서 첫선을 보이는 제한상영관인 만큼 설립과 등록요건, 제한규정, 실효성에 대해 많은 논란이 일고 있다.
환영의 손짓과 따가운 눈총을 동시에 받고 있는 제한상영관이 어느 정도 뿌리를 내릴 수 있을까.
◆대구 2곳, 전국최초 개관
14일 오전 11시 전국에서 처음으로 대구시내 영화관 두 곳에서 제한상영관이 개관했다.
그러나 개관 전부터 뜨거운 논란으로 사회적 관심을 모았지만 이날 영화관은 찾은 사람이 적어 한산하기만 했다.
이날 오후 3시 대구시 중구 동성아트홀. 200석 규모의 상영관에 좌석을 채운 사람은 고작 12명이 전부였다.
영화 주관객층인 20, 30대는 드물었고, 혼자 영화를 보러온 40, 50대 남성들이 대부분.
함께 문을 연 인근 레드시네마도 사정은 마찬가지. 역시 200석이 들어선 상영관에 1, 2회차 상영을 합해도 15명을 넘지 못했다.
이 극장 김호철 대표는 "문의 전화는 많이 오는데 극장 밖에 영화 포스터 한 장도 붙이지 못하는 현실이어서 홍보가 어렵다"며 "예전 비디오를 상영할 때 찾던 단골 손님 외엔 새로운 관객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제한상영관이란
제한상영관은 이른바 '세미 포르노' 수준의 영화를 상영하는 성인전용관.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2002년 개정 영화진흥법에 제한상영관 설치규정이 신설된 이후 2년여만에 제한상영관이 처음으로 생긴 것.
제한상영관 체인 듀크시네마는 14일 오픈한 대구 레드시네마와 동성아트홀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배급계약을 맺은 포항 명보극장 등 전국 16개 극장을 순차적으로 문을 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제한상영관의 등장으로 영상물등급위는 '제한상영가' 등급을 매길 경우 "사실상 상영금지 조치를 내리는 불합리한 법률적 모순"이라는 비판을 다소 면하게 됐다.
또한 무삭제 원본을 그대로 보고 싶어하는 국내 마니아들의 욕구도 숨통이 트일 전망.
하지만 엄격한 규제를 받고 있는 제한상영관의 미래는 불투명한 실정이다.
관객이 얼마나 찾을지는 논외로 하더라도 수입추천 심의, 등록 요건, 제한 규정, 영화수급 문제 등 넘어야할 산이 많기 때문.
◆산 넘어 산
제한상영관이 갖고 있는 가장 큰 어려움은 현행 법률상의 규제 요건. 영화진흥법 시행령은 학교환경위생정화구역, 주거지역, 청소년수련지구 경계선으로부터 200m 이내는 설치가 금지가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법령상 기존 영화관이라 하더라도 제한상영관으로 바꿀 경우 신설 영화관 등록으로 보기 때문에 위의 규정에 적용된다는 것. 결국 이 조항에 걸려 구미 명보극장 등 전국 3곳의 극장이 해당 지자체로부터 등록신청이 반려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제한상영관은 영화에 대한 광고와 선전을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제한한다'는 규정으로 인해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도 없는 셈. 실제로 건물 앞에 포스터 한 장 붙일 수 없는 상황이다.
또 수입추천 심의라는 장벽도 큰산이다.
영상물등급위가 수입추천된 외국영화에 대해 수입 불가 판정을 내릴 경우 제한상영가 등급 외의 영화를 상영할 수 없는 제한상영관은 있으나마나 한 것. 실제로 듀크시네마가 '로망스'에 이어 개관 2호작으로 준비한 영화 '지옥의 체험'이 최근 영상물등급위로부터 불합격 판정을 받기도 했다.
◆내부적인 문제
제도적인 규제 등 외부적인 어려움도 많지만 제한상영관의 내부적 문제도 고민거리다.
예술성이 높으면서 볼만한 영화를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느냐는 점.
듀크시네마는 1년에 18~25편 정도의 영화를 상영할 계획인데, 처음 몇 년 동안은 예전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던 영화들을 스크린에 걸면 되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영화 '지옥의 체험'처럼 수입불가 판정이 잇따르거나 신규 영화들이 나오지 않을 경우 영화 수급에 차질이 생기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
게다가 한국영화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제한상영관도 스크린쿼터를 지켜야 하기 때문에 의무적으로 1년에 146일 이상은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한다.
듀크시네마 조영수 이사는 "비디오 출시가 금지되는 제한상영가 등급의 영화를 국내 제작사들이 꺼리고 있어 당장 1년 후에 영화수급이 걱정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예전 '노랑머리', '거짓말' 같이 필름 일부를 삭제해 개봉한 영화들을 원판 그대로 상영하거나 자체 제작에도 나서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제한상영관 설립 논란
14일 대구에 처음 등장한 제한상영관을 놓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영화인들은 "제한상영관의 등장으로 관객들의 다양한 볼 권리를 확보할 수 있게 됐고, 작품성을 인정받는 좋은 영화들을 원본 그대로 즐길 수 있게 됐다"며 환영한 반면 여성단체들은 "청소년들에게 유해한 포르노성 영화관으로 변질되지는 않을까" 우려하고 있는 것.
대구독립영화협회 남태우 사무국장은 "그동안 제한상영가 등급이라는 심의 분류는 있는데 이런 영화들을 소화할 수 있는 영화관이 없다는 것은 모순이었다"며 "이번 제한상영관 설립은 음성적인 부분을 양지로 끌고 나왔다는 데 큰 의미를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구여성회 최이영희 사무국장은 "사람들의 다양한 욕구를 충족하기 위해 제한상영관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면서 "하지만 제한상영관이 규정을 엄격히 지키지 않을 경우 반대운동에 나설 계획"이라고 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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