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자편지 꼭꼭 '손끝의 감동'

입력 2004-05-15 12:12:31

"무엇과도 바꿀수 없는 선물이죠". 14일 오후 대구 남구 대명3동 시각장애 특수학교인 광명학교 실습실. 김종환(50) 교사가 고3의 취업반 학생들을 모아놓고 실습기자재 등을 이용, 인체의 경혈(驚血)에 대해 열심히 설명하고 있었다.

학생뿐 아니라 김 교사 역시 시각장애인. 그러나 교실안 풍경은 다른 일반 학교와 전혀 다르지 않다. 굳이 다른 점을 찾는다면 학생이 8명뿐이어서 분위기가 사뭇 진지하다는 것 정도.

김 교사는 수업을 한창 진행하던 도중에 딱딱한 분위기를 깨려는 듯 "모기향을 왜 피우는지 아니"라고 엉뚱한 질문을 던졌다. 학생들이 "모기 잡으려고 피우죠"라고 답하자 김 교사는 "아니야, 먼저 돌아가신 선배 모기들을 추모하기 위해 피우는 거란다"고 웃으며 답했다.

김 교사가 교단에 선 것은 지난 82년. 강사로 시작해 86년에 정식 교사가 됐는데 아이들을 가르칠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감사하다고 했다. "모두가 상처가 있는 아이들이다 보니 정성을 기울일 수 밖에 없다"며 "나도 이들과 같은 아픔을 겪은 탓에 모두가 자식같고 내 분신 같다"고 말했다.

4살때 앓던 눈병을 속칭 '돌팔이' 의사에게 치료받다 실명하게 된 김 교사는 광명학교에서 초.중.고 과정을 거쳤다.

그러나 시각장애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이지만 매년 '스승의 날'에 느끼는 기쁨은 남다르다. 제자들이 점자로 쓴 카드와 편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김 교사는 "점자로 한 글 한 글 써내려간 내용을 읽다보면 아이들의 마음이 머리속에 그려지고, 교사로서의 책무를 다시 한번 느끼게 된다"고 했다. 물론 그가 받아 보관하는 점자 편지는 수백통이 넘는다.

때묻은 점자 편지에는 시각장애라는 현실이 너무 고통스러워 삶을 포기할 마음까지 먹었다가 학교에 입학해 의욕을 찾는 내용 등 잊을 수 없는 갖가지 추억들이 빼곡히 담겨 있다.

학생 김정민(25.여)씨는 "우리 선생님은 아버지 같아요. 때로는 너무 엄해 무섭기도 하지만요"라며 "졸업후 진로를 걱정해 하나에서 열까지 너무 열심히 챙겨주신다"고 했다.

김 교사는 "처음 교직에 들어설 때만 해도 시각장애인 학생들의 진로 및 사회 적응 문제가 심각했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지고 있다"며 "학생들의 직업 선택이 좀 더 다양해질 수 있는 사회분위기가 앞으로 이루어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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