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운영 안정적 관리자 역할에 충실"

입력 2004-05-15 11:37:35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크게 달라졌다.

헌재의 탄핵기각결정으로 대통령직에 복귀한 노 대통령은 15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담화문을 통해 다시 국민앞에 섰지만 "취임할 때보다 더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며 말을 아꼈다.

이날 노 대통령이 제시한 국정운영의 방향도 개혁드라이브가 아니라 '안정적인 국정관리'와 '상생의 정치', '성장잠재력 확충' 및 '국정과제의 내실있는 추진'이었다.

노 대통령은 내각과 청와대 비서실개편 등 체제정비문제와 현안으로 대두된 이라크파병문제, 북핵문제 등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집권2기구상은 17대국회의 개원연설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탄핵사태에 대한 대국민사과의 수위를 높인 것도 노 대통령이 과거의 국정운영스타일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느낌을 갖게 했다.

노 대통령은 "국민여러분에게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면서도 "두달여 동안 얼마나 걱정이 많았느냐. 모든 것이 저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일이며 비록 탄핵에 이르는 사유가 아니었다 할지라도 정치적.도의적 책임까지 모두 벗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담화문 발표직전까지 사과수위를 두고 고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어 "특히 그 중에서도 대선자금과 제 주변사람들이 저지른 과오는 분명한 저의 허물"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국정운영의 원칙은 분명하게 제시했다. 탄핵기간중 문희상 정치특보 등 측근들을 통해 밝힌 '한 발 물러서 있겠다'는 언급처럼 정치개혁은 17대국회에 맡기는 대신 자신은 국정의 안정적인 관리자로서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것이 그것이다.

노 대통령은 "지금은 빠른 변화가 불가피하고 또 필요한 시기"라면서 우리사회의 개혁욕구를 인정하면서도 이에 따른 사회적 갈등사태를 우려했다. 그러면서 "누군가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국정의 중심을 잡아나가는 일을 해야 하는데 이것이야말로 다음 선거로부터 자유로운 대통령이 꼭 해야할 일"이라며 국정운영의 안정적 관리자로서의 대통령의 역할을 강조했다.

정치에 있어서는 '화합과 상생'을 내세웠다. 지난 1년간 야당과 대립하고 갈등하면서 탄핵사태까지 왔다면 국회 과반수를 장악, 집권기반을 마련한 입장에서 우선 대화하고 타협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래도 합의가 되지않을 때는 규칙에 따라 풀어가고 그 결과를 흔쾌히 수용하겠다"고 말해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위해서는 경우에 따라 과반수를 통한 힘의 논리도 불가피하다는 주장도 빠뜨리지 않았다.

경제문제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날 중국경제쇼크와 고유가쇼크 등 단기적 악재와 고실업률 등 경제위기현상들에 대한 구체적인 처방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계획에 따라 착실하게 장기 성장잠재력을 키워서 우리 경제가 정상으로 회복되고 그후 빠른 속도로 성장해 나갈 수 있도록 관리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단기적 경기부양책이나 대책보다는 체질개선이나 개혁과제에 치중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되고 있어 주목되고 있다.

이와 더불어 현재의 경제상황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을 확산시켜 지나친 불안감을 조성하거나 갖지말라면서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신감을 갖자"고 강조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은 오는 21일 대기업총수 등 대기업 CEO와의 만남, 24일 중소기업 CEO들과의 만남을 통해 적극적인 투자와 일자리창출 등 민생경제회복방안에 대한 생산적 논의를 시작할 것으로 보인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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