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대통령 직무복귀 이틀째 표정

입력 2004-05-15 11:47:32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의 복귀는 차분했다.

노 대통령은 14일 오전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선고 즉시 대통령직에 복귀했지만 곧바로 집무실에 출근하지 않고 이날 낮 수석.보좌관들과의 오찬부터 공식일정을 시작했다. 이는 '복귀하더라도 조용하게 뒷문으로 입장하고싶다'는 노 대통령의 뜻에 따른 것이다.

헌재 결정에 대한 노 대통령의 반응도 특별한 게 없었다. TV를 지켜본 노 대통령은 별다른 언급을 하지않았다고 한다. 다만 이날 점심직전 본관으로 들어가는 길에 청와대 관람객들을 만나자 두차례 멈춰서서 "감사합니다"라고 큰소리로 인사했다고 윤태영(尹太瀛)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0...노 대통령은 15일 TV로 생중계된 대국민담화문발표에 적잖은 신경을 쏟았다. 담화발표직전까지 노 대통령은 발표문을 보면서 수정을 거듭한 것으로 전했졌다. 담화문에는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결정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탄핵사태에 대한 유감표명 수위를 두고 참모들뿐만 아니라 노 대통령까지 고민을 했다는 것이다.

0...한편 14일 직무복귀후 첫 공식행사인 수석.보좌관들과의 오찬에서 노 대통령은 "그동안 마음고생이 많았고 힘도 들었을 것"이라면서 "잘 견뎌주어서 감사하다"고 참모들의 노고를 격려했다. 이어 노 대통령은 "이번처럼 특별히 절제하는 자세를 가져달라"며 "그러면 더 큰일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식(金雨植) 비서실장은 "앞으로 잘 보좌하겠다"고 다짐을 했다.

노 대통령은 저녁 고 총리와 만찬때까지 집무실에서 보좌진들로부터 국정현안에 대해 쟁점별로 보고받고 15일로 예정된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라는 대국민 담화 문안을 다듬는데 시간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0...고건(高建) 총리는 청와대만찬에서 "얼마나 마음고생이 크고 갑갑하셨느냐"라고 먼저 인사했고 이에 노 대통령은 "그동안 정말 고생이 많았다. 총리가 너무 큰 책임을 지셨던 것 같다. 훌륭히 국정운영을 해주신 것을 고맙게 생각한다"며 화답했다.

만찬끝부분에 고 총리는 사의를 표명했다. 고 총리는 "1년3개월동안 열심히 하느라고 했지만 별 도움을 드리지못한 것 같다"며 "스스로 참여정부 1기 총리의 임기는 총선과 그 총선후 개원한 새 국회사이로 생각해왔고 이제 졸업을 시켜주셔야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노 대통령은 "그동안 열심히 잘 해왔는데 계속하는 게 맞지않느냐"며 한차례 만류했지만 고 총리는 거듭 "대통령께서 큰 강을 건넜으니 말을 바꾸는 것이 순리"라며 사의를 굽히지않았다. 그러면서 "새로운 국정운영의 틀을 만드실 수 있는 편리한 시기에 졸업시켜 주기바란다"며 시기까지 언급했다. 그러자 노 대통령은 아쉬움과 고마움을 표시했다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0...후진타오(胡錦濤) 중국국가주석과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총리 등 주요국가지도자들도 축하메시지를 보내거나 전화를 걸어와 노 대통령의 직무복귀를 축하했다.

후 주석은 이날 오후 주한 중국대사관을 통해 축하메시지를 보냈다. 후 주석은 "노 대통령이 남북화해협력과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추진 및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유지를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을 충심으로 희망하고 믿는다"면서 "중국과 한국이 전면적 협력동반자 관계의 순조로운 발전을 위해 함께 노력해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저녁 8시57분경 고이즈미 일본총리가 전화를 걸어와서 15분간 노 대통령과 통화를 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노 대통령의 직무복귀를 축하했고 노 대통령은 이에 사의를 표명했다고 윤 대변인이 전했다. 이어 두 사람은 한일양국관계와 일.북관계 북핵문제 등 상호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특히 노 대통령은 22일로 예정된 고이즈미 총리의 방북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안정에 기여하게 되기를 기대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도 축하전문을 보내 노 대통령의 직무복귀를 축하했다. 블레어 총리는 "의미있고 분주한 현안들을 진척시켜야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금년에 런던에서 다시 뵙게 되기를 고대하고 있다"면서 노대통령의 영국방문초청을 강조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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