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과 '봉사'는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약육강식이 지배하는 정글 같은 세상에서 남을 위해 산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다.
무엇을 먹을까, 어떻게 하면 더 잘 살 수 있을까 고민하기도 바쁜 마당에 남을 위하라니? 하지만 컵에 넘쳐나는 물을 목마른 사람에게 덜어주는 것은 '적선'에 지나지 않는다. 진정한 '나눔'의 의미는 몇 모금 남지 않은 생명수를 여럿이 조금씩 덜어 마시는 데 있다.
우리는 화려하고 풍족한 높은 곳을 동경하기에 도시 빈민, 에이즈 환자, 갈 곳 없는 노인 등 주변의 냉대 받고 소외된 사람들을 외면하려 한다. 우리가 버린 그들을 파란 눈의 이방인들이 보듬어 안았다.
'파란 눈의 성자들'(김나미 지음.황금가지 펴냄)은 낯선 땅 한국에 들어와 그늘진 곳에서 수십 년간 그들과 함께 하며 묵묵히 봉사해 온 외국인 종교인 6명에 관한 책이다.
서울 양재동의 거대한 비닐하우스촌인 구룡마을에서 봉사활동을 해온 스페인 출신의 박호 신부, 빈민과 농부의 아버지로 불리며 고(故) 제정구 의원과 함께 도시빈민운동을 이끌어온 정일우 신부.노인조 수사는 이 땅의 에이즈 환자를 음지에서 양지로 이끌어 주고 에이즈 퇴치와 예방에 온 힘을 쏟아 왔다.
에블린 수녀는 1965년 간호사로 이 땅에 들어와 결핵 환자와 홀몸노인을 돌보다 이제는 수련자를 양성하며 봉사와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오딜 수녀는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과 한국의 거리를 좁혀보려고 애쓰고 있다. 스탑나우 교무는 한국에서 창시된 민족종교인 원불교를 독일인들에게 전파하고 있다.
세상의 속된 기준을 초월하여 그늘진 곳에서 남을 위한 삶을 사는 이들의 이야기는 물질이 전부가 아님을, 그리고 마음의 평화는 작은 것이라도 먼저 베푸는 데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장성현기자 jacksoul@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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