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파가 찢어질듯한 고통을 겪으면서도 에베레스트를 오르는 등산가들을 바라보는 대다수 사람들은 '그들은 왜 이렇게 사서 고생을 하는 걸까'란 의문을 갖는다. 힐러리가 '산이 거기에 있어 오른다'고 했지만 범인(凡人)들에게 생사마저 초월한 탐험가들의 행동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다.
영국 출신으로 50세에 에베레스트를 오른 크리스 보닝턴. 그가 원정대장을 맡아 안나푸르나 남벽을 등반할 때 동료의 죽음을 보고 쓴 글에서 탐험가들이 과연 무엇을 추구하는지를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등반을 계속하고 있다.
나는 지금까지 등반을 포기하고자 했던 적이 단 한번도 없다. 나는 등반을 너무나도 사랑한다. 무엇엔가 도전한다는 것, 위험한 게임을 즐김으로써 얻는 흥분, 평화롭기 그지없는 동시에 위험을 감추고 있는 산들이 자아내는 아름다운 모습, 이 모든 것이 다 자기만족에 얽혀있는 것이다'.
*대표적 탐험사례 추적
크리스 보닝턴이 쓴 '퀘스트(QUEST)'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극한의 자연에 도전한 탐험가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20세기 후반 대표적인 탐험 사례를 대양, 사막, 강, 산, 극지방, 하늘, 지하 등으로 나눠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사람들의 욕망을 추적했다.
무엇이 모험가들로 하여금 그처럼 놀라운 위업을 달성하게 했는가를 살펴보고, 그들에게서 들은 이야기들을 생생하게 담았다.
보닝턴에 따르면 무엇보다 미지의 세계에 대한 호기심이 탐험가들을 '충동'시킨다는 것이다. 노르웨이 출신의 인류학자이자 탐험가였던 토르 헤위에르달은 1947년 뗏목을 타고 태평양 횡단에 성공했다. 이 '무모한' 항해는 오래전에 원주민들이 그처럼 항해를 했었다는 전설을 증명해 보이기 위한 것이었다.
또 1972년 2년간에 걸쳐 죽음의 바다로 불리는 남극대륙 주위를 처음 일주한 데이비드 루이스도 아무도 가보지 못한 바다에 대한 호기심에서 빙하 사이를 피해가는 죽음의 항해를 감행했다.
*"모험은 삶의 일부분"
탐험가들은 또 위험한 상황을 찾아내 그것에서 강렬한 자극을 받고 자신을 완벽하게 통제함으로써 희열을 느낀다고 보닝턴은 밝히고 있다.
세계 최초로 8000m급 고봉 14좌를 모두 정복했으며, 처음으로 산소통에 의지하지 않고 에베레스트산을 오른 이탈리아 출신의 세계적 산악인 라인홀트 메스너. 그는 같이 등반했던 동생을 잃게 된 과정, 마음의 상처를 극복하고 다시 산에 오르기까지의 이야기, 고봉에 올랐을 때의 환희 등을 담담하게 들려주고 있다.
"지금 내가 맞서는 모든 모험 하나하나는, 그 성공 여부에 상관없이 내 운명과 내 삶의 보이지 않는 일부분이 됐다".
이밖에 1957, 58년 남극대륙을 횡단한 푹스와 힐러리, 기구를 이용해 최초의 무기착 세계일주에 성공한 베르트랑 피카르와 브라이언 존스, 1975년부터 5년에 걸쳐 킹즈데일매스터 동굴과 켈드헤드의 지하 연결로를 탐험한 올리버 스태덤과 제프 예든 등 갖가지 극지를 찾아 나선 사람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이대현기자 sk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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